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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라크 미군,15살 소녀 강간·학살’ 드러난 진상

등록 2006-07-04 19:02수정 2006-07-05 00:48

치밀한 사전모의…가족 먼저 몰살후…
집단성폭행 · 살해…소녀 주검 불태워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 마흐무디야에서 소녀를 성폭행하고 일가족을 학살한 사건의 참혹한 진상이 드러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마흐무디야 시장과 주민들을 인터뷰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소녀 아비르 카심 함자가 15살이었으며, 일가족도 모두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미군 병사들은 이를 수니파 저항세력의 소행으로 조작했다. 미 법무부는 범인 가운데 얼마전 제대한 스티븐 그린 전 이등병(21)을 30일 살인강간 혐의로 기소했다고 3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에이피> 통신 등이 주민 증언과 연방수사국(FBI)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을 통해 사건을 되짚어봤다.

가족살해 뒤 성폭행=아비르는 마을을 드나들며 매일 미군 검문소를 통과할 때마다 미군들이 자꾸만 추근대 불안하다고 어머니 파크리야 무흐신(34)에게 여러번 호소했다. 3월10일 파크리야는 이웃 주민에게 미군들이 밤에 집으로 찾아올까봐 겁난다며 딸을 피신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비르가 미처 이웃집에 숨기 전인 3월11일 밤 미군 4명이 들이닥쳤다.

미군들은 군복 대신 어두운 색 사복을 입고 술을 마신 상태였다. 그린은 아비르의 아버지 카심 함자 라힘(45)과 파크리야, 5살 또는 7살난 여동생 하딜을 침실로 몰아넣고 머리에 총을 쏴 죽였다. 그린과 다른 한명은 아비르를 끌고가 차례로 강간한 뒤 여러발의 총을 쏴 죽이고 증거 인멸을 위해 주검을 불태웠다.

이웃 주민 오마르 자나비는 사건 직후 가보니 옷이 목까지 올려지고 머리카락이 불에 탄 아비르가 쓰러져 있었으며 “그 아이가 성폭행당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연방수사국 보고서엔 아비르가 20살 정도의 성인으로 나오지만, 병원 사망확인 기록과 주민들의 증언으론 15살이다.

살해된 가족 중 5살 · 7살 아이도…범행 감추려 수니파 소행으로 조작

은폐된 범행=조사 결과, 아비르의 미모를 눈여겨 본 범인들은 1주일 전부터 아비르의 집을 ‘사전답사’하고 성폭행을 논의했다. 주검을 불태울 인화물질도 준비했다. 저항세력의 범행으로 몰아가기 위해 미군용 총기 대신 저항세력이 흔히 사용하는 AK-47소총으로 일가족을 살해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범인들은 범행 뒤 검문소로 돌아와 피투성이 옷을 불태워 버렸다. 미군들은 범행현장을 통제하면서, 주민들에게 수니파 저항세력의 짓이라고 말했다. 아비르 가족이 수니파인 것을 알고 있던 주민들은 이상하다고 여겼다. 성폭행은 가족 전체의 명예를 더럽힌 것으로 여겨지는 이라크에서 아비르의 주검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묻혔다.

미군 당국은 범인들과 같은 부대 소속 미군 2명이 저항세력에 납치·살해되자 6월20일 부대원들에게 ‘전투증후군’ 심리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병사 2명의 증언으로 범행이 처음 드러났다고 밝혔다.

거센 반미 후폭풍=기소된 그린은 이라크에서 11개월 간 복무한 뒤 최근 “인격장애”로 명예제대했다. 미군은 이번 사건을 범인들의 “개인적 악행”이며 미군의 조직적 은폐 공모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건이 몰고올 반미감정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행을 가문 전체의 명예를 더럽히는 중범죄로 여겨 언급을 삼가하는 이라크에서이지만, 미군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이라크의 대표적 수니파 단체인 무슬림학자연합은 “이번 사건은 미국의 추한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3월 이후 5번째로 드러난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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