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로 60살 생일을 맞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이날 시카고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 뒤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시카고/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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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북한 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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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60살 생일을 맞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가족과 함께 포근한 생일 파티 대신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생일날 아침부터 부시 대통령을 바쁘게 채근한 것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 문제였다. 아침 일찍부터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 문제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했다. 전날 밤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이 보여준 반응에 만족한다”며, 정상들과 모두 합의한 것처럼 다소 과장된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전임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을 모두 부정하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부르던 기고만장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들 모두가 의견을 잘 조율해서 일하는 것과 김정일에게 국제규범을 지키고,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를 바란다는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과 통화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차분함과 절제를 주문받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에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이날 저녁 <시엔엔>이 특집방영한 ‘래리 킹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도 첫부분을 장식할 정도였다. 래리 킹은 한시간 동안 날카로운 질문들로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인기있는 대통령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 올바른 대통령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며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낙관론과는 달리 그가 직면한 세계는 그의 희망과는 반대로 변해버린 세계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신념에) 사로잡힌 대통령이 위기의 세계에 직면해 있다’는 1면 분석기사로 특별한 생일선물을 안겨줬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의 치안 악화, 중동 사태, 이란 핵문제, 러시아와의 신냉전, 여기에 북한 미사일까지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시험발사는 비록 실패했지만 부시 대통령의 암담한 외교정책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입안하는 국무부 정책실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미국이 동시에 이렇게 많은 도전에 처한 적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착찹하다”며 “부시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대처 수단은 없이 더 혼돈스런 세상을 넘겨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말처럼 부시 대통령은 “마치 여러 개 공을 두 손으로 번갈아가면서 돌리는 곡예사” 같은 신세가 된 셈이다.
이날 저녁 부시 대통령은 시카고를 찾아 지역 유력인사들과 조촐한 생일파티를 하는 것으로 생일날 하루를 마쳤다. 백악관 쪽은 부시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줄여 자주 지방을 찾게 될 것이라며, 시카고 방문이 올여름 지방 순회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여름이면 텍사스 별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 하던 부시 대통령에게 올여름은 무척이나 긴 여름이 될 전망이다.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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