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태 해결 ‘이이제이’ 외교전 불꽃
이집트·사우디·요르단 통해 시리아 압박
시리아, 확전 경고하며 골란고원등 협상뜻
이집트·사우디·요르단 통해 시리아 압박
시리아, 확전 경고하며 골란고원등 협상뜻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침묵하던 미국의 외교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라크전 이후 중동의 세력 재편을 위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라는 군사적 조처에 이은 외교전이다.
전략적 목표는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시리아와 이란 갈라놓기이며, 핵심전술은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자연히 시리아가 외교전의 열쇠로 등장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아랍 동맹국들을 내세워 시리아를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고, 시리아와 이란의 틈새를 벌리려는 새로운 외교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시리아를 반미연대에서 떼어내기=신문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23일 이스라엘과 유럽으로 떠나기 전,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 딕 체니 부통령 등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알파이잘 외무장관과 반다르 빈술탄 전 미국 대사를 백악관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집트와 사우디 관리들도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끊고 이란과의 협력을 그만두도록 시리아를 설득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아랍 외교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시리아와 직접 협상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우방인 이집트·사우디·요르단이 나서 시리아를 압박하는 전술이다.
초점이 된 시리아는 23일 몇가지 조건을 걸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파이잘 메크타드 시리아 외무차관은 <로이터> 통신에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시리아 땅인 골란고원 반환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아랍땅 점령이 중동위기의 뿌리”라며 골란고원 외에 레바논 땅인 셰바팜스 반환, 헤즈볼라가 요구하는 아랍 수감자 석방이 협상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안으로 지상군을 본격 투입하면 시리아가 개입하는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는 이란의 대표적인 동맹이다. 미국은 두 나라를 ‘악의 축’ ‘테러 지원국’으로 비난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암살된 이후 시리아가 암살에 개입했다며 시리아 관리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압박해, 시리아와 미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그렇지만 시리아가 미국과 항상 대립한 것은 아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에 등을 돌렸다. 시리아는 ‘테러와의 전쟁’ 초기에도 알카에다 견제를 위해 미국에 협력했다. 시리아의 이런 줄타기 외교는 이번 외교전에서도 변수이다.
‘시리아는 이란 영향력의 통로’=미국이 외교행보는 시리아를 끌어들이지 않고는 헤즈볼라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시리아가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주요 통로여서, 이 통로를 막는다면 헤즈볼라가 약화돼 이란의 역내 영향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럴 경우, 이란 핵문제에서도 미국이 칼자루를 쥔다는 의미다. 미국 관리들은 아랍국들이 나선다면 “이란과 연합한 유일한 아랍국 시리아”가 돌아설 수 있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한다. 1980년 ‘이란-이라크전’을 계기로 양국의 동맹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 아랍계인 시리아와 페르시아계인 이란은 역사적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였다. 민족과 종파를 파고들어, 중동의 반미전선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리아 역시 골란고원 문제 해결과 레바논에서 철수하면서 잃어버린 레바논 내 영향력 회복을 기대한다. 시리아가 아랍국들과 접촉하는 배경이다.
26일 로마에서 열릴 유럽과 아랍국들의 긴급회의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외교전의 최대 분수령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로 출발하기 전 이번 중동 순방의 목표가 중동의 현상을 유지하는 휴전이 아닌, 정세 재편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4일 베이루트에 있는 레바논 정부청사에서 ‘레바논 사태’를 논의하기에 앞서 푸아드 사니오라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
초점이 된 시리아는 23일 몇가지 조건을 걸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파이잘 메크타드 시리아 외무차관은 <로이터> 통신에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전쟁에서 점령한 시리아 땅인 골란고원 반환 문제를 연계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아랍땅 점령이 중동위기의 뿌리”라며 골란고원 외에 레바논 땅인 셰바팜스 반환, 헤즈볼라가 요구하는 아랍 수감자 석방이 협상 조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시리아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안으로 지상군을 본격 투입하면 시리아가 개입하는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는 이란의 대표적인 동맹이다. 미국은 두 나라를 ‘악의 축’ ‘테러 지원국’으로 비난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암살된 이후 시리아가 암살에 개입했다며 시리아 관리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압박해, 시리아와 미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그렇지만 시리아가 미국과 항상 대립한 것은 아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에 등을 돌렸다. 시리아는 ‘테러와의 전쟁’ 초기에도 알카에다 견제를 위해 미국에 협력했다. 시리아의 이런 줄타기 외교는 이번 외교전에서도 변수이다.
‘시리아는 이란 영향력의 통로’=미국이 외교행보는 시리아를 끌어들이지 않고는 헤즈볼라나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전략이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시리아가 이란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주요 통로여서, 이 통로를 막는다면 헤즈볼라가 약화돼 이란의 역내 영향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럴 경우, 이란 핵문제에서도 미국이 칼자루를 쥔다는 의미다. 미국 관리들은 아랍국들이 나선다면 “이란과 연합한 유일한 아랍국 시리아”가 돌아설 수 있다고 희망 섞인 관측을 한다. 1980년 ‘이란-이라크전’을 계기로 양국의 동맹관계가 형성되기 전까지 아랍계인 시리아와 페르시아계인 이란은 역사적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였다. 민족과 종파를 파고들어, 중동의 반미전선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리아 역시 골란고원 문제 해결과 레바논에서 철수하면서 잃어버린 레바논 내 영향력 회복을 기대한다. 시리아가 아랍국들과 접촉하는 배경이다.
26일 로마에서 열릴 유럽과 아랍국들의 긴급회의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외교전의 최대 분수령이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로 출발하기 전 이번 중동 순방의 목표가 중동의 현상을 유지하는 휴전이 아닌, 정세 재편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