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 미국 미주리주 캔사스시티에서 1년간의 이라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미주리주 방위군 110 공병대대 대원인 조 하이드 상병을 조카 디나 로페스(5)와 어머니 수전 하이드가 끌어안고 감격적인 재회를 하고 있다. 캔사스시티/AP 연합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2년이 돼가는 가운데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미군들 사이에 ‘전쟁의 상처’가 커지고 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 제대한 미군 24만여명 가운데 지금까지 1만2천여명이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관련 상담치료를 받았다고 28(현지시각)일 보도했다. 이들은 계속 떠오르는 전쟁의 기억, 불면증, 집중력 장애, 우울과 분노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조사 결과 많은 현역병이나 해병대원들은 심각한 심리적 장애를 겪으면서도 부대내에서 ‘정신 이상자’로 낙인찍힐까봐 치료를 기피하고 있어 실제 ‘이라크전 후유증’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티크리트에서 사담 후세인을 추격하던 육군 정찰병으로 근무했던 헤수스 보카네그라(23)는 멕시코 국경 근처 고향마을인 텍사스 맥앨런으로 돌아온 뒤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저항세력들이 탄약을 운반하는 것을 보고 아파치헬기에 무전연락을 해 그들이 숨은 주택을 공습하도록 했다. 공격이 끝난 뒤 주위는 온통 고요해졌다. 그때 그 부서진 집에서 갑자기 울부짖는 어린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억이 계속 머리를 짓누른다”며 죄책감을 호소한다. 그는 고향마을에서 젊은이들은 군대가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통로라고 여기고 있다며 “이라크에 가면서 더 나은 삶을 기대했지만 돌아왔을 때 일자리는 햄버거 가게에서 고기를 뒤집는 것 밖에 없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많은 병사들이 밤에 계속 악몽을 꾸고 깨어나 총을 들고 집 주위를 순찰하는 자신의 못습을 발견하거나, 자신의 아이를 안았을 때 이라크에서 숨진 채 버려져 있던 어린아이의 환영이 떠오르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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