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고위직들 전쟁 주도하더니...
이라크전이 장기화하면서 미군 사망자가 3일 현재 2570명으로 늘었지만, 정작 이라크 침공을 주도한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고위직 관리들 가운데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전에 가족이나 친척이 참전한 예는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3일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한 보좌관을 인용해 행정부 고위직 인사 가운데 가족이나 친인척이 참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달 29일 막스 보커스 상원의원(민주·몬태나)이 오는 19일로 결혼 1주년을 맞는 조카(28)가 이라크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에 크게 상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보도했다.
모병제인 미국에서 유력자 자식들의 병역기피 논란은 없지만, 전쟁을 벌인 행정부 인사들의 행태는 곱씹어볼만 하다. 지난 2004년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 감독은 535명의 의원 가운데 팀 존슨(민주·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 1명만이 아들을 아프간과 이라크에 보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의회 쪽에선 참전한 자식과 친척을 둔 의원들이 몇몇 생겨났다. 크리스토퍼 본드(공화·미주리), 짐 버닝(공화·캔터키) 상원의원과 하원 군사위원장인 던칸 헌터(공화·캘리포니아), 조 윌슨(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토드 아킨(공화·미시시피) 하원의원은 아들을 이라크로 보냈으며, 최근 아들이 무사 귀환해 가슴을 쓸어내린 사람들이다.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미국 유력인사들의 집안에 전사자가 생기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레브렛 샐턴스톤 상원의원과 허버트 리먼 뉴욕 주지사, 조지프 케네디 영국대사,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최측근 보좌관이었던 해리 홉킨스 등이 아들을 잃었다.
신문은 보커스 의원이 2002년엔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지만, 이번 여름 이라크 주둔병력의 재배치를 요구하는 민주당 요구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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