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벌어진 목장 체류 줄여
취임 6년 동안 무려 1년 이상을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보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해 크로포드에서 취임 이래 가장 짧은 휴가를 보낸다. 지난 3일 크로포드 목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부시 대통령은 목장에서 열흘간을 보낸 뒤 13일 백악관으로 복귀한다. 재선을 앞둔 2004년의 13일간 휴가보다도 짧다.
부시 대통령이 1600에이커(약 200만평)의 이 목장을 찾은 것은 취임 이후 이번 여름휴가까지 59번이다. 지난 6일로 385번째 밤을 목장에서 보냈다. 그는 매년 여름휴가로 27∼29일씩 쉬었다. 지난해엔 이라크에서 아들을 잃은 ‘반전엄마’ 신디 시핸의 목장 앞 시위에다가,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목장에서 기타를 치고 놀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이번에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부시 대통령의 실질적 휴가 일수가 줄어든 건 아니다. 크로포드에서 체류하는 날만 줄어든 것이다. 백악관에 돌아간 뒤에도 친지 결혼식에 참석하는 길에 아버지 부시의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의 여름별장에서 1주일을 보내고, 주말은 캠프데이비드에서 보낸 뒤 9월초 노동절 휴가 때는 다시 크로포드에 온다. 합하면 3주일 이상이 된다.
이번 체류기간 축소는 반전엄마 시핸을 따돌리려는 행보로 비친다. 목장에서 약 11㎞ 떨어진 부시 부부의 대형 간판 부근 땅 5에이커(약 6300평)를 사들인 시핸은 반전단체들과 함께 부시와의 2라운드를 별러왔다. 요르단 암만에 체류중이던 시핸은 부시의 휴가 일정에 맞춰 6일 귀국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올해도 시핸을 만나줄 이유는 없다”며 “물이나 게토레이를 들고 다닐 것을 충고한다”며 비야냥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