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미국 콜로라도 어린이 미인대회 수상자 존베넷 램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전직 교사 존 마크 카가 17일 기자회견을 위해 타이 방콕의 이민사무소로 들어서고 있다. 방콕/AP 연합
주변인 ‘살해 자백’과 다른 증언 “석연찮네”
용의자 존 마크 카의 체포로 마무리될 듯했던 미국 어린이 미인대회 수상자 존베넷 램지 살해 사건의 결말은 좀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으로 보인다. 증거란 오로지 카의 진술뿐인데다, 이마저 수사 기록이나 주변인들의 진술과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들은 18일 “용의자가 램지에 마취약을 먹이고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은 물론, 그가 당시 콜로라도에 있었다는 점 등 여러 진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콜로라도의 볼더 카운티 검찰 쪽도 (카가 범인이라는)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카가 (범행 전) 램지에게 마취약을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했으나 램지 부검기록을 보면, 마취약의 흔적도 없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결론도 내려지지 않았다. 주검에서 정액도 찾지 못했다. 타이 경찰은 용의자가 존베넷 램지를 학교 앞에서 유인해 피해자 집으로 데려갔다고 했으나 당시는 성탄절 휴가철이어서 학교는 휴교상태였다. 카의 전 부인도 사건이 발생한 96년 성탄절 휴가 때 카와 함께 앨라바마에 있었다고 밝혀, 그의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당시 램지의 집에서 발견된 몸값 요구 메모장에 쓰인 11만8천달러가 당시 램지 아버지가 받은 보너스 액수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용의자가 어떻게 이 액수를 정확히 알았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통신은 “카가 유명세를 타고 싶어하는 강박증 환자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검찰이 카를 붙잡는 데는 이 사건과 관련된 세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콜로라도 대학의 언론학 교수 마이클 트레이스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고 보도했다. 그가 2002년 영화를 선보인 뒤 수천통의 편지와 전자우편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카로부터 온) 한 건의 전자우편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심증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트레이스는 이 발신자와 4년 동안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한편, 카는 지난해 6월 서울 ㅈ학원 웹사이트에 올린 이력서에서 “서울에서 6~12살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쳤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원 서아무개 이사는 “카가 2005년 캐나다에 있는 우리 학원 지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으나, 졸업·경력 증명서가 없어서 인터뷰하지 않았고, 일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2001~2005년 ‘존 마크 카’라는 이름의 남성이 세 차례 입국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인천공항 소식통의 말을 따 보도했다. 이 남성은 비자 없이 입국해 세 차례 모두 30일이 안 돼 출국했으나, 그가 카와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이 소식통이 전했다. 법무부 쪽도 동명의 출입국자가 하루에도 여러 명이 있다며 미국 수사당국으로부터 공식요청이 없는 한 카의 입국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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