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연설서 필요성 강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언론 보도 이후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중앙정보국(CIA)의 해외 비밀감옥 운영을 처음으로 공식 시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9·11 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해 중앙정보국이 특별관리해 온 일급 테러용의자 14명을 미군 관할의 관타나모 수용소로 모두 이관했다고 밝혀, ‘비밀감옥’의 존재를 인정했다.
그는 이들이 9·11 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2000년 예멘의 미군 구축함 콜호 폭탄테러, 1988년 케냐 및 탄자니아 미대사관 테러공격 등의 핵심용의자들이라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는 이 비밀감옥들이 언론에 폭로된 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로 인권단체와 유럽 국가들의 비난을 묵살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9·11 테러 유가족들까지 배석시킨 가운데 연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정보국의 특별심문이 “가혹했지만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필요한 것이며 미국인의 생명을 구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의 관타나모 이관으로 중앙정보국 관할 비밀감옥엔 수감자가 한 명도 없지만, 비밀프로그램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용의자들을 반드시 재판정에 세우겠다”며,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받은 군사위원회를 대체할 새로운 군사법정에 관한 법률을 의회가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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