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5주년을 맞이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 카드’를 꺼내 들었다.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를 예고하는 여론조사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은 최근 “이슬람 파시스트와의 전쟁”을 강조하고 핵심 테러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우겠다고 밝히는 등 ‘안보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안보에 강한 공화당’ 대 ‘테러에 취약한 민주당’의 구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부시 대통령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해외 비밀감옥에서 심문을 받아온 9·11 동시테러 주모자 등 핵심 테러용의자 14명을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겨 군사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최고사령관’ 부시를 중심으로 단결했던 9·11 직후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승부수라고 〈뉴욕타임스〉는 9일 분석했다.
민주당도 대응 공격에 나서고 있다. 미 상원 정보위는 8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알카에다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2005년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이번 자료 공개는 후세인과 알카에다 연계설을 이라크 침공 명분으로 삼았던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격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 후세인은 오사마 빈라덴의 지원 요청을 여러번 거절했으며, 이후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로 등장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처음 이라크에 들어왔을 때 그를 체포하려 했던 것으로 돼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보도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진행될 테러용의자 군사재판 방식에 대해서는 공화당 안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2002년 만들어진 국방부의 테러용의자 군사재판 시행규칙은 구체적 증거들이 국가안보상 기밀이면 이를 비밀에 부친 채 용의자들에게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은 10일 〈뉴욕타임스〉에 “자신들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들을 수 없는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것은 법률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안보공세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보를 거론하면 이미 수렁으로 빠져든 이라크전 실패의 책임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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