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결의안 이어 이례적 ‘일 과거사 청문회’
랜토스 의원, 고이즈미 총리 신사참배 등 비난
랜토스 의원, 고이즈미 총리 신사참배 등 비난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정직하게 대처하지 못해 크나큰 손해를 보고 있고, 동북아 다른 주요국들을 격분시키고 지역긴장을 악화시킴으로써 미국의 안보이익도 해치고 있다. 역사를 부정하는 자는 이를 꼭 반복하게 된다.”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의 민주당 간사인 톰 랜토스 의원은 14일(현지시각) 국제관계위가 개최한, ‘일본의 주변국 관계’를 주제로 한 일본의 과거사 정책에 관한 청문회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친구의 의무”라며 일본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대인인 랜토스 의원은 “일본의 역사망각 행위 중 가장 터무니 없는 사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라며 “이는 마치 독일에서 하인리히 히뮬러와 루돌프 헤세, 헤르만 괴링의 묘에 헌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총리가 될 아베 신조에게도 “전범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은 도덕적 파산이고, 일본 같은 대국에는 무가치한 일”이라며 참배관행과 수정주의 역사교과서 검정승인에 종지부를 찍을 것을 촉구했다.
하원 국제관계위에서 영국,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미국의 최대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일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 것은 지난 80년대 말 ‘일본 때리기’ 열풍이 휩쓸던 시절 이후 드문 일이다. 친일본적 성향의 의원들이 많고, 일본의 로비가 막강하게 작용하는 미 의회가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청문회를 연 것도 이례적이다.
이번 청문회 소집은 은퇴를 앞두고 지난달 초 한국, 일본 등을 순방했던 헨리 하이드(82) 국제관계위원장과 랜토스 의원이 주도했다. 하이드 위원장은 “유럽은 과거를 묻고 유럽연합과 단일통화를 만드는데, 동아시아는 기본적인 지역안보틀이나 경제제도를 만드는 데도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단합하는 데 역사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참석자들은 동북아에서 일본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퇴임을 계기로 일본이 거듭나게 될 것에 대한 기대도 나타냈다. 증인으로 참석한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개선되던 한일관계가 독도문제로 불붙어 양국의 국내정치에 발목이 잡히게 되면서 악화됐다”며 “한국과 일본은 공동의 의제에 기초해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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