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밖 시설에…기소 · 면회 없는 법적 공백상태
맹견으로 위협 · 옷벗기기 등 가혹행위 난무
맹견으로 위협 · 옷벗기기 등 가혹행위 난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에서 1만4천여명을 붙잡아 미국 밖에서 구금하고 있다고 <에이피통신(AP)>이 17일 보도했다.
이들은 기소도 되지 않은 채 가족 면회도 못하는 법적 공백상태에서 몇년씩 붙잡혀 심문을 받고 있으며, 이중 1만3천여명은 이라크에 수감돼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에 따르면, 수감자 중 일부는 미군과 전투를 벌이다 붙잡혔지만, 상당수는 집에서 잠을 자다 끌려가거나 거리에서 수상하다는 이유로 붙잡혔다. 가족들은 몇년 동안 이들을 찾아 헤매며, 이들이 풀려날 때에도 보상은 물론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다.
2004년 4월 저항세력 혐의로 미군에 붙잡혀 13개월 동안 갇혀 있었던 무아야드 야신 하산(31)은 <에이피>에 “변호사 접견은 물론 가족과 연락하는 것도 금지됐다. 왜 체포했느냐고 물으면 치안상의 이유로 체포했다는 말뿐이었다”고 말했다. <에이피>는 미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2003년 미군의 이라크인 체포중 70∼90%가 실수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맹견으로 위협하기, 강제로 옷벗기기, 물에 빠뜨리기 등 미군 심문기법이 고문이라는 비난이 거세자 미 국방부는 지난 6일에야 이를 금지하는 새 심문기법을 내놨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강제 구금과 미 중앙정보국(CIA)의 외국 비밀감옥이 ‘필요악’이라며 이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바그다드의 크로퍼 기지와 이라크 남부 사막지대의 부카 기지, 북부 쿠르드자치지역의 수세 요새에 1만3천여명의 이라크인을 수감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이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는 이달초 이라크 정부에 넘겨줬지만, 수감자 3천여명은 크로퍼 기지로 옮겼다.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군기지에는 500여명의 아프간인과 파키스탄인, 중앙아시아인이 붙잡혀 있다. 석방된 이들은 16명씩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채 한방에 갇혀, 서로 말하는 것도 금지된다고 전했다. 아프간에서 붙잡힌 테러용의자중 770명은 관타나모 수용소로 이송됐다.
수감자들이 심문 도중 숨지는 사건도 계속 일어나지만, 조사도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한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는 조사된 수감자 사망 사건 34건 중 14건만이 처벌을 받았으며, 고문으로 수감자를 죽게한 미군이 고작 징역 5개월형을 받았다고 밝혔다. <에이피> 사진기자인 이라크인 빌랄 후세인(35)도 안보 위협이란 이유로 <에이피> 쪽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5개월째 감금당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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