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분신 자칭 코레아 후보 대선 돌풍
남미 에콰도르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빼닮은 반미(反美) 성향 '막말의 대통령'이 등장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무소속 극좌파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43) 후보는 27일 차베스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라고 비난한 일과 관련, "부시 대통령에 비유됨으로써 오히려 악마의 감정이 상했을 것"이라며 일면 재미있으면서도 충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차베스와는 정치적 동지이자 막역한 친구 사이임을 자처하는 그는 이날 에콰도르 채널8 TV 방송과 회견에서 "악마는 사악하지만 영리하다"면서 "나는 부시가 국가와 전세계에 큰 피해를 안겨주고 있는 엄청난 바보 대통령이라고 믿는다"고 비난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을 '악마'보다 더 한 단계 아래인 '바보 악마'를 사실상 지칭한 것으로, 차베스 대통령의 '부시=악마' 발언 수위를 뛰어넘은 수준이란 지적이다.
또 이날 코레아는 자신은 그저 "개인적 의견"을 표현했을 뿐이라며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국가 간 그리고 지도자급 수준에서 최상급의 절대적 존중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코레아는 이어 부시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의견은 미국민 전체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며, 자신은 미국민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레아는 플로리다주 사례 등을 상기시키며 부시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사기'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당시 자신은 미국에 거주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콰도르 주재 미국 대사관은 즉각적인 논평을 않고 있다.
코레아는 알프레도 팔라시오 현 대통령 정부에서 4개월간 경제장관을 역임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되는 미국 주도의 자유시장경제 정책에 극도로 비판적인 그는 차베스 대통령과의 각별한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코레아는 작년 8월에는 차베스 대통령의 부모 집에서 차베스를 만난 적이 있다고 자랑할 정도다.
특히 기존 보수 정당들을 무시하고 독자 후보로 나선 코레아 후보는 미국 정부 및 외국 투자자들에겐 최대의 경계 대상으로 지적된다. 그는 에콰도르 정부가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때만 외채를 갚을 수 있다고 줄곧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코레아 후보의 급부상으로 최근 10년 정치사에 현직 대통령 3명이 축출된 에콰도르에 또 한번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을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코레아 후보는 올해 페루 대선에서 차베스의 지지를 받으며 좌파 돌풍을 일으켰던 오얀타 우말라와 마찬가지로 타성에 젖은 현실 정치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는 어떤 총선 후보도 지지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대선에 승리하면 의회 해산을 결행한다는 방침이다.
정가 소식통들은 역대 에콰도르 대선에서 극좌성향 후보가 15% 선을 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12명의 대선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는 코레아 후보의 26% 지지율은 놀라운 결과라고 논평했다.
중도좌파 성향의 레온 롤도스 전(前) 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9%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더욱이 우파 후보들의 지지율은 10%선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콰도르 선거법은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최소한 40%의 득표율에다 2위 후보와 10% 포인트 이상으로 득표율 차를 벌리지 않으면 상위 두 후보 간 결선투표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내달 15일 1차투표가 실시되는 올해 대선의 경우 결선투표일은 같은달 26일로 잡혀 있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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