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기자 우드워드의 책 ‘부정의 국가’ 화제
행정부 장막뒤 일화 소개
“CIA 테러임박 브리핑 불구 라이스는 받아들이지 않아”
행정부 장막뒤 일화 소개
“CIA 테러임박 브리핑 불구 라이스는 받아들이지 않아”
부시행정부 능력·도덕성 강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63·사진) 〈워싱턴포스트〉 부국장이 부시 행정부를 다룬 〈부정의 국가〉(State of Denial)가 발매되기도 전부터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책의 요지는 부시 행정부가 어리석고 부정직하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정부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최고보좌진들 사이에 서로 불화하고 말도 안하는 사이가 됐지만, 이라크전에 대한 비관적인 현지사령관의 보고를 무시하는 데는 공통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우드워드는 적고 있다. 부시와 딕 체니 부통령을 빼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관리 200여명의 인터뷰를 기초로 장막 뒤에서 벌어졌던 각종 일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불화를 잘 아는 앤드류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2004년 11월 럼스펠드를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으로 교체할 것을 건의한다. 하지만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과 정치고문에게 귀기울인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못했다. 파월은 “내가 나가면 럼스펠드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카드는 우드워드에게 털어놨다. 카드는 또 2005년 추수감사절 즈음에 럼스펠드의 오만한 태도가 남편에게 해를 미친다고 본 로라 부시의 지원을 받아 다시 국방장관 교체를 시도하지만 또 거부당한 뒤 지난 3월 사임했다. 그는 “역사는 부시 행정부의 어느 고위관리도 이라크 전쟁 수행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기록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우드워드는 백악관과 국방부가 알고 있는 이라크 상황정보와 공개적으로 말하는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폭로한다. 백악관과 국무부 및 기타 정보기관들은 지난 5월 이라크에서의 폭력사태가 올해는 물론 내년에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정보보고를 회람했지만, 이런 부정적 보고는 공개되지 않았다.
9·11 이전인 2001년 7월10일 당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장이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에게 감청을 통해 입수한 임박한 공격 정보를 브리핑하지만, 라이스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아버지 부시 부부는 이라크 침공에 대해 주변사람들에게 맞는 일이라냐고 묻기도 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걱정하곤 했다는 대목도 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백악관에 몰래 드나들며 이라크에 강경대응을 강조하며 자신이 1969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에게 베트남 참전 미군 철수 반대 메모를 전달한 얘기,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증거를 목말라하던 체니 부통령이 새벽 3시에 이라크 현장에 위성전화를 건 일화 등 웃고 지나치기엔 심각한 일화들로 넘쳐난다. 백악관 스노 대변인은 라이스와 럼스펠드 간의 불화와 이라크 정보를 숨겼다는 점은 부인했지만, 키신저 얘기와 카드 실장의 럼스펠드 해임 건의 등은 부인하지 않았다.
2일 발매되는 책은 〈시비에스(CBS)〉의 ‘60분’이 1일 방영할 인터뷰를 사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시엔엔〉의 ‘래리킹 라이브’ 등 앞다퉈 회견방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출판사는 초판 75만부를 찍고도 7만5천부를 추가 주문한 상황이다. 9·11 이후 부시 행정부를 호의적으로 다룬 첫번째 책 〈부시는 전쟁중〉(2002년)을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웹사이트에 올려 책 판매를 올려줬다면, 이번 책은 아마도 민주당 전국위가 웹사이트에 올려놓고 11월 중간선거 유세장에서 나눠줄 판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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