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과반득표 실패…재선 ‘빨간불’

대선 1차투표 득표율 48.6%…29일 결선투표서 승부가려
예상보다 2위와 득표차 적은데다 잇단 스캔들 소극 대처

1일 실시된 브라질 대선 1차 투표 결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과반득표에 실패해 오는 29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자를 가리게 됐다,

룰라, 결선투표에서도 승리 장담 못해= 개표가 99.99% 진행된 현재, 집권 노동자당(PT)의 룰라는 득표율 48.61%를 얻었으며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제아우두 아우크민 후보는 41.64%를 기록했다.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엘로이자 엘레나 상원의원은 6.85%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를 보면 룰라의 지지율은 하락세였으나, 아우크민과의 지지율 차가 10%가 넘어 사실상 재선이 확실해 보였다. 아우크민은 애초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어, 결선 투표에서도 룰라가 쉽게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아우크민은 이날 “나는 선거에서 이길 확률을 높이며 결선투표로 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후보간 정책차이가 크지 않아= 전 상파울루 주지사이자 의사인 아우크민은 23살이던 1976년 자신의 고향인 상파울루주 핀다모냥가바시 시장 선거에 출마해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된 바 있다. 지지 기반은 상파울루주를 비롯해 산업이 발달된 브라질 남부 지역으로, 빈곤층과 북부지역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룰라와 대비된다. 교육투자 확대, 저가 의약품 무료 공급, 금리 인하를 통한 성장률 제고 등 경제 정책 방향은 룰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금 인하, 투자 조건 완화 등에서 차이를 보였다.

브라질은 올해 중남미에서 치뤄진 다른 선거들과는 달리 후보 간 정책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결국 2주전 노동자당이 아우크민의 사회민주당이 비리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79만달러를 들여 입수하려 했다는 의혹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룰라 정부는 사회 정의와 깨끗한 정부를 표방하면서 4년 전 집권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의회 내 지지를 대가로 야당 의원 매수사건을 비롯해, 올해 브라질 상·하원 의원 횡령 의혹까지 잇따른 스캔들에 휘말렸다.

룰라, 소극적 운동으로 부진= 시스템 분석가인 이체바우두 멜루(40)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2002년에는 룰라를 지지했지만 그는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았다”며 “그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었다”고 말했다. 반면, 룰라를 지지하는 사회사업가인 반제이라(39)는 “브라질에는 언제나 부패가 있어 왔다”며 “적어도 룰라는 (부패를) 보이는 곳으로 끌어올렸고 퇴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야권이 결집한 데 반해 룰라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층들은 대선이 임박해 야당 후보로 돌아섰는데, 그중 일부는 룰라가 참석하지 않은 토론 프로그램을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룰라는 28일 생방송으로 열린 대선 후보간 토론 프로그램에 불참했으며, 토론에 나선 아우크민을 비롯한 다른 대선 후보들은 룰라와 집권 정부의 부패에 대해 비난했다. 29일 현지 신문들 1면은 노동자당 관계자들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돈다발 사진으로 장식됐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박현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