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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유족 ‘신병 인도’ 요구에 미국 곤혹
30년전 발생한 쿠바 민항기 폭파 테러 용의자의 신병 인도를 놓고 미국이 고민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1976년 10월6일 바베이도스 해안에서 탑승자 73명 전원을 숨지게 한 쿠바 민항기 폭파 테러 사건 용의자로 지목받은 루이스 포사다 카릴레스(78)는 베네수엘라에서 재판을 받던 중 1985년 간수들을 매수해 목사로 변장한 채 감옥에서 탈출했다. 지난해 3월 포사다는 마이애미에 밀입국해 미 정부에 망명신청을 냈다. 미국은 이를 감추다 언론에 알려지자 이민법 위반 혐의로 그를 구금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지금까지 줄기차게 그의 신병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포사다를 송환시킬 수 없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쿠바 태생인 포사다는 베네수엘라에서 중앙정보국 요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000년에는 파나마를 방문한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암살하려한 혐의로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2004년 특별사면됐다. 부시 정부는 포사다를 테러리스트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많은 미국계 쿠바인들은 그를 카스트로에 맞선 ‘자유주의 투사’로 여긴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고심 끝에 이민법 위반을 이유로 그를 제3국으로 보내는 방법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그러나 캐나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파나마 등은 포사다의 입국을 허용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포사다 재판 관련 변호사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어느 나라가 포사다를 원하겠느냐”며 “그가 어디를 가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정보국 요원들이 그를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쿠바 민항기 폭파 테러 발발 30주년 기념식에서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테러 용의자를 인도하지 않는 부시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다. 사고 당시 오빠를 잃은 로잔나 네닝거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포사다는 빈라덴처럼 다루어져야 한다”며 “만약 이 비행기 승객이 모두 미국인이었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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