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오후 소형 비행기가 부딪친 뉴욕 맨해튼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AP Photo/연합)
제2의 9·11 테러 소동 한때 미국 초긴장
경비행기 조종사는 뉴욕 양키스의 코리 라이들
FBI “테러 증거없어”…사고기의 맨해튼 비행은 의문
경비행기 조종사는 뉴욕 양키스의 코리 라이들
FBI “테러 증거없어”…사고기의 맨해튼 비행은 의문
9·11 테러의 현장인 뉴욕 맨해튼에서 다시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제2의 9·11 공포가 한때 미국을 휩쓸었다.
11일 오후 2시42분께 뉴욕 맨해튼 북동부 이스트 72가의 50층짜리 벨레어 빌딩의 42층에 경비행기 한 대가 들이받았다. 이 비행기는 미국 프로야구단 뉴욕양키스 투수인 코리 라이들(34)과 그의 비행교사가 탑승한 4인용 경비행기 시러스 SR20으로 뉴저지주 테테보로 공항을 이륙한 뒤 불과 12분 만에 이 빌딩과 충돌했다. 탑승자 2명은 즉사했으며, 빌딩 안에 있던 4명이 다쳤다.
제2의 9·11 테러 소동=사고 빌딩에서 일하던 루이스 곤잘레스는 “(비행기가) 우리가 있던 층으로 바로 날아오고 있었다”며 “빌딩 전체가 흔들렸고,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향해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조종사가 그들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목격자인 에드워드 라이언은 “우리가 차를 세웠을 때 수천명의 사람들이 반대편의 (사고) 빌딩을 가리키면서 뛰고 있었다”고 전했다.
북미방공사령부(NORAD)가 도심에 군사용 제트기를 출격시키고, 벽돌과 비행기 잔해가 뒹구는 도로 위로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구급차가 출동하는 모습은 9·11 테러 때를 연상시켰다. 사고 지점은 9·11 테러가 일어난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곳으로부터 불과 8㎞ 떨어져 있다. 사고를 목격한 제니 앳킨스는 “처음 든 생각은 ‘또 시작이구나’였다”며 “(이런 사고가) 너무 소름끼친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는 곧 100여명이 넘는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1시간 만에 화재를 진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 14명이 다쳤다. 비행기와 직접 충돌한 42층은 까맣게 탄 벽돌조각들만 남긴 채 끔찍하게 파괴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이날 사고가 테러 공격이란 증거는 없다고 밝혔으며, 연방항공국(FAA)은 뉴욕 일원의 세 공항도 정상 운영됐다고 말했다.
사고기의 맨해튼 비행은 의문=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사고기가 출발지점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자유의 여신상을 돌아 이스트강이 있는 북쪽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사고기는 맨해튼과 퀸스를 잇는 퀸스보로 다리를 지날 때인 2시41분께까지는 레이더망에 잡혔다. 이후 사고기는 맨해튼 도심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왜 진로를 바꿨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블룸버그 시장은 말했다. 사고기는 고도 800피트 정도로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목격자들은 사고가 나기 전 비행기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한 조사관은 사고기가 뉴욕 라과디아 공항과 연료가 부족하다는 교신을 했다는 초기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1980년대 말 지어진 벨레어 빌딩은 위층 쪽은 주거지, 아래층 쪽은 특수수술실과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대기실로 이용되고 있다. 뉴욕양키스에서 10승대 투수인 라이들은 지난 오프 시즌 중 조종사 면허증을 따 비행 경력이 75시간밖에 안 된다. 지난 9월, 4년 전 생산된 사고기를 구입한 라이들은 당시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비행기 전체에는 낙하산이 장착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뷰에서 복잡한 맨해튼 영공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으나 이날 사고를 저질렀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맨해튼 경비행기 사고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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