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슈르자 시장에서 터진 두 발의 폭발물에 부상을 당한 한 남자가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
알말리키정부에 상당부분 역할 넘기는 안 논의
상황 악화된데다 중간선거 패배 우려한 포석
상황 악화된데다 중간선거 패배 우려한 포석
이라크 전황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조지 부시 미 행정부가 이라크 정책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2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스티븐 헤들리 국가안보보좌관, 존 아비자 중부군 사령관, 피테 페이스 합참의장 등이 참석하는 이라크 전략회의를 1시간 반 동안 주재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회의에서는 치안확보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이라크 정부에 넘기는 쪽으로 이라크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 회의가 수 주 전에 계획된 회의”라며 “전략변화를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신문은 미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조지 케이시 이라크주둔 미군사령관과 잘마이 칼릴자드 주이라크대사를 포함해 이라크 주둔 군·민 고위관리와 미 국방부 관리들이 이러한 계획을 입안중이라고 전했다. 이 계획은 올해말까지 누리 카말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넘겨 내년부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이 계획이 종파별 무장세력의 무장해제에 대한 시간표와 이라크 안정의 정치·경제·군사적 목표들을 정하고, 이라크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군사전략의 변화와 다른 벌칙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철수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이라크에서 단계적 철수를 위한 시한을 밝히라는 야당인 민주당 안에 근접한 것이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상황을 내전 상황이 아닌 ‘종파간 갈등’이라고 애써 상황을 평가절해 왔으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미군 사망자가 지난해 이후 최대사망자인 75명에 달하고 미군 피습이 43%나 늘었다. 바그다드 남부 아마라를 시아파 무장세력이 장악했고, 미군들은 바그다드의 치안을 지켜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지 사령관인 케이시 장군마저 미군의 추가 투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실정이다. 결국 이라크 상황은 지상전에서나 정치적 토론에서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양상이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핵심 자문역할을 한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19일 “이라크에서 손실과 비용을 제한할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전략 논의는 이라크 정책의 후퇴에 앞서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보다는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초당파적 ‘이라크 스터디 그룹’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내놓게 될 이라크 전략 권고안을 물타기 하려는 조처로 분석되기도 한다.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가 예상되는 중간선거 이후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21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우리의 목표는 변함없이 승리”라며 “변화하는 것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행정부는 계획 입안에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투를 압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변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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