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위조·선물카드 사기 등
상당수 기업형 범죄조직 연계
상당수 기업형 범죄조직 연계
지난해 11월 절도혐의로 체포된 윌리엄 스완버그가 3년 동안 미 서부지역의 문구점에서 ‘훔친’ 블록 쌓기 완구 레고의 총 가격은 무려 60만달러(약 6억원)에 이른다. 대개 20~100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부피가 제법 나가는 레고를 이 기간 동안 수천 개나 훔친 셈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가격이 찍힌 바코드 조작이 그 답이다. 100달러짜리 레고 바코드 위에 위조된 19달러짜리 바코드를 붙여 산 뒤 인터넷을 통해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바코드 위조나 선물카드 사기 등 하이테크 기술로 무장한 소매점의 좀도둑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기업형 조직범죄단체와 연계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소매점의 범죄로 인한 손실액은 2003년 310억달러에서 지난해는 370억달러로 늘어났다. 신문은 플로리다대학 분석자료를 인용해 이 손실액 가운데 48%는 직원들의 소행이며, 나머지 가운데 상당 부분은 고도의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전문적인 도둑들이 저지른 결과라고 전했다. 플로리다대학 연구조사를 보면, 2003년엔 소매점에서 발생한 범죄 한 건당 피해액이 265달러였으나, 2005년엔 3배 이상인 855달러로 늘었다.
흔한 수법이 바코드 위조다. 먼저 대형소매점에서 값싼 제품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스캔한 뒤 이를 프린트해 훨씬 비싼 제품에 붙인다. 그 다음에 나이가 어리고 어리숙해보이는 직원이 배치된 계산대를 찾아 값을 치르면 끝이다. 대개의 경우, 무사통과지만 혹시 직원이 의아해 할 경우 제 값을 치르거나 혹은 살 생각이 없다고 상점을 나가면 그만이다.
또 다른 수법은 지난해만 600억달러어치가 팔린 선물카드 사기다. 매장에 진열된, 판매전 선물카드들의 고유번호를 몰래 적은 뒤 일정 기간 이후 이 카드의 사용가능 액수를 전화로 확인한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가능한 카드를 알아낸 뒤, 소매점 웹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한다.
사람을 시켜 물건을 훔치게 한 뒤, 이를 다시 그 상점에 반품해 선물카드를 받는 방식도 있다. 훔치려는 제품 한 개를 산 뒤 이 영수증을 위조해 다른 훔친 물건들과 함께 반품할 경우 적발이 쉽지 않다. 매사추세츠주에선 이런 방식으로 10개월 동안 20만달러를 벌어들인 남성이 적발되기도 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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