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빈곤층 ‘마음’ 붙잡고 61% 득표
니카라과 등 중남미 ‘좌파 도미노’ 주목
니카라과 등 중남미 ‘좌파 도미노’ 주목
브라질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61)가 29일(현지시각) 재선에 성공했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투표 집계가 99.7% 진행된 상황에서 룰라 대통령이 60.79%의 득표율로, 39.21%의 득표율에 머문 사회민주당(PSDB)의 제아우두 아우크민 후보를 이겼다고 밝혔다. 룰라는 지난 1일의 1차투표에서는 과반 득표에 실패한 바 있다.
빈곤층 지지로 재선 성공= 지지기반인 빈곤층의 표심을 붙잡은 것이 가장 큰 승인으로 분석된다. 시사주간 <타임>은 지난 9월, 룰라 정부가 실시한 ‘볼사 파밀리아’ 프로그램(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빈곤층 가구에 수당 지원)을 통해 전체 1110만 가구가 매달 평균 30달러 정도의 수당을 지원받았다고 보도했다. 2002년 전체 국민 중 26.7%를 차지하던 빈곤층은 2005년 22.8%로 줄었다. 지난 7월 미국 <머큐리뉴스>도 브라질의 빈곤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올해 5월 브라질 노동자 평균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1차투표에서 룰라를 지지하지 않았다가 마음을 바꿨다는 40대 유권자는 29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룰라는 빈곤층과 중산층을 돕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아우크민은 부자로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경제가 최대 복병= 룰라는 재선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에서 “긴축재정을 유지하면서도 부의 재분배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경제성장도 이룩하고, 사회 정의도 실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룰라가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3%로 이웃인 아르헨티나 경제성장률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외부경제에 매우 취약한데다 빈부격차까지 극심한 브라질 경제의 도약을 이끄는 일은 쉽지않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룰라는 또 좌파로부터의 반발에도 직면해 있다. 긴축재정의 시행으로 애초 약속했던 농지배분 정책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 도미노 다시 시작?= 룰라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7월 멕시코 대선에서 좌파 후보의 패배로 멈칫하던 중남미 ‘좌파 도미노’가 다시 시작될지 주목된다. 우선 다음달 5일 니카라과 대선에서는 1979년 소모사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 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61) 전 대통령이 과거의 적이었던 콘트라 반군 지도자 등과 손잡고 재집권에 나선다. 현재 지지율 30.9%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2월 3일 열리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도 반미-자원 민족주의의 중심축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시 된다. 다음달 26일 열릴 예정인 에콰도르의 대선 결선투표에도 좌파인 라파엘 코레아(46) 후보와 우파인 알바로 노보아(55) 후보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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