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민주화 증진위해 민중들 목청도 경청을”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의 민주선거와 레바논의 민주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아랍국가의 관계는 수십년만에 최악의 상태다. 양쪽의 관계 악화는 서로 장기적 안보와 이익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관계개선뿐 아니라 이 지역의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미국의 대중동 외교가 바뀌어야 한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8일 <갈등에서 협력으로>라는 미국의 대중동정책 자문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중동지역의 국가지도자뿐 아니라 민중들의 목소리에 특히 귀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동 국가정부와 양자관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아랍지역의 차세대 지도자와 시민들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대중동전략은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중동경제발전에 관한 대통령 자문단 구성 △인식의 차를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 △교환교육 프로그램 강화 △아랍권과의 다양한 관계 설정을 위한 아랍동반자재단(가칭) 창설 등 다양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자문위원회는 윌리엄 코언 전 국방장관을 위원장으로, 에드워드 가브리엘 전 모로코 주재 대사를 프로젝트 책임자로 해 전직 미 정부 고위관리들과 중동전문학자, 기업가 등 20여명이 참여했다. 보고서는 위원회가 지난 1년여 동안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레바논,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중동국가의 지도자들과 언론인, 젊은 지도자 등 200여명을 면접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 정부관리들의 의견을 들어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아랍-미국연구소의 제임스 조그비 박사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분쟁 만큼 아랍인들의 대미관을 지배하는 것은 없었다”며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민주적이고 안전한 팔레스타인국가를 창설하는 포괄적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지 않는 한 보고서가 제안한 모든 권고의견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동 사람들은 미국이 결코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일관된 원칙과 정의도 확고하게 지키지 않아 ‘정직한 중재자’가 되기 어렵다는 대미관을 갖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동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지만 민주화가 최우선이 아니며, △교육체계 개선 △취업기회의 확대 △의료보험 확대 등 삶의 질 개선에 더 관심이 많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코언 전 국방장관은 중동에서 민주주의 확산이 몇년 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중동 민주화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그는 특히 아랍의 문화와 종교, 사고방식에 대해 눈여겨 볼 것을 권하면서 “아랍세계의 민중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줄이고 중동지역에서 동맹국을 확보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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