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만나 ‘엔저대책’ 요구
일본 자동차 등에 밀리면서 경영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백악관에 구조 요청을 보냈다.
지엠(GM)의 리처드 왜고너 2세,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토머스 라소다, 포드의 앨런 멀릴리 등 이른바 ‘빅3’의 최고경영자들은 14일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을 만나,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해 행정부가 적극 나설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만남에선 △엔저 추세 개선 △의료보험 부담 경감 △대안연료 차량 개발 지원책 등이 주로 논의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왜고너 2세는 “엔이 제도적으로 저평가됐으며, 이 때문에 일본이 자동차산업에서 상당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강한 신념에 대해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빅3’가 행크 폴슨 미 재무장관에게 일본에 엔화가치 절상 압력을 넣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왜고너 2세는 또 의료보험료 상승 요인이 되는 고비용 사례들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GM 한 회사만 지난해 53억달러의 의료보험 비용을 부담했으며, 2009년엔 70억달러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이 의료보험 부담 경감에 적극적인 점은 ‘빅3’에 좋은 소식이지만, 이 당이 자동차 연비 기준의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점은 악재라고 전했다.
또 경영자들은 현재 미국 안에서 700개뿐인 E85(에탄올과 가솔린을 85대 15 비율로 섞은 대체연료) 주유소를 크게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GM은 2012까지 E85 사용이 가능한 차량의 생산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회동 뒤 바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차 베트남으로 출국한 부시 대통령은 (협상 파트너들에게) “우리가 당신들을 대접하듯이 우리들을 대접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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