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인을 저질었다면> 자서전 이달말 출간
12년전 미국식 ‘유전무죄’ 사건으로 엄청난 논란거리를 제공했던 ‘오 제이 심슨 사건’이 아직도 불편한 기억과 논란을 제공하고 있다.
전처와 그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무죄평결을 받고 두문불출하던 심슨(59)이 비록 가정적 상황이지만 사실상 범죄를 고백하는 <내가 살인을 저질었다면>이란 제목의 자서전을 이달말 출간할 예정이다. 책 발매에 앞서 <폭스뉴스>가 문제 출판인으로 알려진 출판사 사장과 심슨의 단독 인터뷰를 27일과 29일 2회에 걸쳐 내보내기로 예고해 놓은 상태다.
심슨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대필작가와 함께 쓴 이 책에서 가정이라고 하면서도 두사람이 현장에 흘렸을 피의 양을 묘사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커지자 초판 40만부를 찍어 대박을 꿈꾸는 출판사 쪽은 심슨이 아닌 제3자와 계약을 했고, 계약금은 알려진 350만달러 이상이지만 이 돈은 심슨이 아니라 심슨의 자식들에게 지불되게 돼있다고 해명했다. 가능하다면 피해자 가족들에게 수익금이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심슨의 유죄를 믿는 많은 미국인들은 심슨의 자서전 출간에 분노하고 있다. 선정적 출판과 보도를 일삼는 <폭스뉴스>와 출판사의 소유주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자 가족들은 “범죄의 악행을 부추기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폭스뉴스>의 일부 보수주의적 앵커들까지 광고주들에게 인터뷰 방송에 광고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며 비난대열에 가세했다. 일부 서점들은 배송된 책들을 반품하겠다며 고객주문으로 일부 책을 팔게 되더라도 이익금은 가정폭력 문제를 다루는 자선단체에 수익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심슨은 1994년 6월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뒤 2000만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변호인단을 구성해 재판을 흑백차별 문제로 몰고간 끝에 1년 4개월만에 무죄평결을 받고 풀려났으나 파산했다. 1997년 민사재판에서 살인에 대한 책임이 인정돼 피해자 가족에게 335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한푼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사재판 평결 이전에 플로리다에서 이주해 살고 있는 심슨은 전미축구협회가 주는 연 40만달러의 연금이 유일한 소득이지만, 재산압류가 불가능한 플로리다 주법을 보호를 받으며 피해보상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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