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심슨사업 전면취소…유족에 사과”
‘미디어 황제’도 빗발치는 비난여론을 감당할 수 없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루퍼트 머독(75·사진) 뉴스코포레이션 회장이 오제이 심슨(59)의 자서전 출간 등에 대한 비난여론을 못 이기고 1주일만에 손을 들었다.
그는 20일 미식축구 선수였던 심슨의 자서전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면〉의 출간과 〈폭스뉴스〉의 인터뷰 방영 등 계열사들의 사업계획을 전면 취소시켰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나와 회사 고위경영진은 이것이 잘못된 계획이라는 미국민의 생각에 동의한다”며 “심슨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 끼친 고통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뉴스코포레이션의 대변인은 이미 찍어낸 40만 부의 책들을 파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가…〉는 12년 전 전처와 그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 끝에 무죄평결을 받고 두문불출하던 심슨이, 가정을 전제로 사실상 범죄를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 발매에 앞서 출판사가 〈폭스뉴스〉를 통해 심슨과의 판촉성 인터뷰를 2회 방영하겠다고 14일 예고하자, 격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머독 회장의 성명 발표 전까지 계획 취소를 요구하는 4만8천여 통의 전자우편이 접수됐고, 〈폭스뉴스〉를 방영하는 10개 방송국이 인터뷰 중계를 거부했다. 일부 서점들은 판매나 전시를 거부하며 책 7만여권을 반품했다.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체인은 책을 팔기는 하돼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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