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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좌파 잇단 승리로 본 중남미 정치경제 전망

등록 2006-11-27 15:50

'차베스 축 좌파벨트' 강화, 신자유주의 퇴조 뚜렷
"지난 20년을 지배했던 기나긴 신자유주의 시대는 끝났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나를 연결시키는 것은 중남미 통합의 '볼리바르 정신'이다."

26일 에콰도르 대선에서 승리한 반미(反美) 좌파 민족주의 성향의 라파엘 코레아 후보가 던진 말이다.

차베스의 정치적 동지 코레아 후보의 당선은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공산혁명 지도자 다니엘 오르테가가 최근 대선 승리로 16년만에 권좌에 복귀하는 데 성공한 일과 연계, 중남미 정치경제 지형에 간단찮은 충격파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코레아 좌파정권 탄생은 차베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오르테가 당선자로 이어지는 중남미 좌파권 벨트가 대폭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코레아는 이날 자신의 승리를 '시민혁명'에 비유하면서 좌파 민족주의 포퓰리스트(대중주의자) 급진 노선을 거듭 강조했다.

코레아는 특히 내년 1월15일 취임 직후 완전한 권력을 가진 '제헌의회'를 소집, 시민들에 의한 '헌법 다시 쓰기'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대외부채 상환 중단,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로 대표되는 인사들을 경제 및 에너지 장관에 기용할 것이라며 '제2의 차베스'에 걸맞게 벌써부터 '코드 맞추기'에 잰 걸음을 보인다.

코레아는 중남미 지역 통합을 위한 차베스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거듭 확인했다. 나아가 에콰도르 석유 사업권을 되찾도록 외국 대기업과 재협상하겠다며 차베스, 모랄레스의 에너지 국유화 조치를 뒤따를 것임을 약속했다.


이처럼 차베스를 중심축으로 한 중남미 좌파 벨트는 ▲기존 제도권을 우회, 직접적인 국민 동원화란 포퓰리스트 전략 ▲민족주의적 에너지 국유화 정책 ▲중남미 지역통합 ▲미국 주도 신자유주의 정책 타도 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무엇보다 가난한 민중 해방을 목표로 한 보수정당 배척, 반미노선이 핵심을 이룬다.

'볼리바르 혁명'이란 역내 통합 이념에는 19세기 중남미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가 중심에 서있다.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를 독립시켰으며 이를 하나로 묶어 '대(大) 콜롬비아'를 뜻하는 '그란 콜롬비아'를 세웠다.

이제 좌파 지도자들은 보수권과 차별되는 '우리 국민'이란 피플(people)을 상징화해 식민지 독립과 마찬가지로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차베스는 이날 대선운동을 종료하면서 "볼리바르 국민의 위대한 승리를 목격할 것"이라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내달 3일 대선은 '악마와의 대결'이라고 선언했다.

코레아도 이날 '패권 세력'에 맞서기 위해 지난 92년 12월 탈퇴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재가입할 뜻을 밝혔다. 하루 54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에콰도르는 대부분 미국으로 석유를 수출한다.

좌파벨트 강화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종언'을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코레아의 연설처럼 지난 20년을 지배했던 미국 주도 신자유주의 개방화 정책은 일정 부분 성과에도 불구 계속되는 중남미 빈곤과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대표 메뉴'인 국영기업 민영화, 외국자본 유치는 에너지 재국유화 정책 등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미국과의 FTA 추진이란 자유교역 개방 정책도 보호무역주의의 미국 민주당 중간선거 승리로 중남미 우파 정권의 기반을 허물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의 최대 맹방 콜롬비아와 미국간 FTA는 지난 2월 협상 타결에도 불구 부시 대통령의 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의 제자리 걸음이다.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이 이미 서명한 페루와의 FTA도 대폭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콜롬비아와 의회 비준을 끝낸 페루는 워싱턴으로 달려가 미국 의원들에게 FTA 비준을 호소하며 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미국의 마약퇴치 작전 대상국 지원 혜택으로 중남미권에 적용돼온 특혜관세제도도 내달 종료한다.

반면 지난 4월말 쿠바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지도자들이 인민무역협정(PTA)을 체결하는 등 남미 좌파정권을 중심으로 한 새 자유무역지대를 일컫는 미주(美州) 볼리바르 대안(ALBA)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또한 막대한 석유자원을 가진 베네수엘라의 특혜적 원유 공급을 통한 에너지 협력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이 내부 단합을 강화하는 가운데 차베스는 최근 멕시코와 콜롬비아가 포함된 무역블록(G-3)에서 공식 탈퇴, 중남미 우파정권 힘빼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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