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곳은 안보여? 피닉스공항에 설치될 엑스선 투시기의 투시 화면. 옷 안쪽에 몰래 감춘 무기만을 식별할 수 있도록 화면을 흐릿하게 했다고 제작사인 ‘아메리칸 사이언스앤드엔지니어링’ 쪽은 주장했다.
4년간…보안검색 둘러싸고 인권침해 논란 가열
승객 엑스선 투시 이달 도입…“나체 검색” 비판
승객 엑스선 투시 이달 도입…“나체 검색” 비판
9·11 이후 한층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출입국 보안검색 제도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가 모든 입출국자에 대해 ‘테러위험지수’를 매겨 관리하는가 하면, 여행객들을 상대로 직접 엑스선 투시기 검색을 하기로 해 인권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든 승객에게 ‘테러지수’ 매겨=미 국토안보부는 지난 4년간 자국민과 외국인 등 육·해·공의 모든 입출국자에 대해 비밀리에 ‘테러위험지수’를 산출하는 이른바 자동표적화시스템(ATS)를 이용해 입출국을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에이피통신〉에 따르면, 자동표적화시스템은 출발지, 항공권 비용지불 방법, 자동차 기록, 과거 여행기록, 기내 좌석 선호도 및 기내식 주문 등을 포함한 여행자의 정보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지난달 초 관보를 통해 존재가 알려진 이 시스템의 자료는 40년간 보존된다. 이들 자료는 고용이나 허가증 발급, 계약 등에 참고하도록 주정부, 법원이나 의회, 민간회사들 그리고 외국정부와는 공유될 수 있다. 다만, 개인의 자료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국토안보부는 밝히고 있다.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보안국(TSA)은 이달 중에 애리조나주 피닉스 국제공항에 휴대품 검색용이 아닌 여행객을 직접 투시하는 엑스선 검색기를 설치해 시범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유에스투테이〉가 2일 보도했다.
엑스선 투시기는 지난 2002년 도입하려다 사생활 보호 논란 끝에 미뤄진 바 있다. 교통보안국은 이번에 도입될 엑스선 투시기가 신체의 민감한 부분을 흐릿한 화면으로 처리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랜디 널 교통보안국 부국장은 “시범운영에선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추가검색이 필요한 승객에 한해 직접적인 신체검색과 엑스선 투시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할 것”이라며 “그러나 1명당 15~20초 안에 처리되는 것이 확인되면 금속탐지기를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보안국은 엑스선 투시기를 지하철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전자기파를 이용한 새로운 투시기도 조만간 시범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인 나체 검색”=국토안보부는 자동표적화시스템이 “국가안보에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 시민권을 옹호하는 일릭트로닉프론티어 파운데이션의 데이비드 소벨 변호사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제도”라며 “잘못된 위험평가로 무고한 사람이 여행이나 취업 등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차기 상원 법사위원장인 패트릭 리히 상원의원은 “이런 데이터뱅크는 과도한 감시”라며 “내년 의회에서 바꿀 것”이라고 다짐했다.
엑스선 투시기에 대해 시민자유연맹(ACLU)의 베리 스타인하르트 변호사는 “실질적인 나체 검색”이라며 “엑스선 투시기가 일상화되면 이들 화면은 인터넷 공간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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