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볼턴 대사가 사직 의사를 밝힘에 따라 대사직 재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FP 연합
럼스펠드·볼턴 비롯 실무선도 줄줄이 퇴장
‘일방주의’ 외교정책 수정요구 거세질 듯
‘일방주의’ 외교정책 수정요구 거세질 듯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일방주의’ 외교안보정책을 주도하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떨어져나가고 있다. 선거 직후 맏형 격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사퇴한 데 이어 유엔의 교두보 노릇을 했던 존 볼턴 주유엔 대사가 4일(현지시각) 물러났다.
부시 대통령은 “완고한 방해주의가 국가에 해를 끼치고 능력 있는 사람들의 봉사를 가로막는다”며 불평을 해댔지만 상원인준을 받을 수 없고, 또 한 번 편법을 이용해 도발할 수도 없는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럼스펠드와 볼턴처럼 전면에 있던 네오콘뿐만 아니라, 뒤에서 활동을 했던 실무선의 네오콘들도 하나 둘 물러나고 있다. 속도도 예상보다 빠르다.
국방부에서는 중앙정보국에 맞서는 정보업무를 수행하던 스티브 캄본 정보담당 차관이 1일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럼스펠드 전 장관의 강성 측근들이 대폭 물갈이되고 있다.
네오콘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딕 체니 부통령도 표적이 되고 있다.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 리처드 펄 전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 등 네오콘의 거두들은 선거 전에 이미 퇴장했다. 특히 펄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실패를 비난해 네오콘의 자중지란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미트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모두 네오콘에 줄을 대기보다는 중도보수 쪽에 기울고 있는 것도 네오콘의 급격한 퇴조를 보여준다.
‘네오콘의 전쟁’인 이라크전이 중간선거에서 심판받은 상황에서 외교안보정책의 현실주의적 수정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요구뿐만 아니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과 조슈아 볼튼 백악관비서실장,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내정자 등 행정부 내 온건 현실주의, 또는 전통보수주의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네오콘들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뉴스위크〉 최신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2인자로 중동민주화의 실질적 책임자인 엘리엇 에이브럼스 선임보좌관이 남은 네오콘들의 마지막 중심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의 로버트 조지프 군축·비확산담당 차관도 건재하다. 행정부 밖에서 네오콘 이론을 전파해온 빌 크리스톨 〈위클리스탠더드〉 편집장은 “부시 대통령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걸 상상하긴 어렵다”며 “부시는 마지막 네오콘”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