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숨진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이 옛 소련 지도자 레오니드 브레즈네프와 1974년 11월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웃고 있다. AP
93살로…닉슨 사임으로 선거 없이 역임
미국 38대 대통령을 지낸 제럴드 포드가 26일 93살을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의 아내 베티 포드는 이날 남편의 개인 사무실이 있던 캘리포니아의 란초 미라지에서 그가 사망했다는 내용의 간단한 성명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베티 포드는 그러나 포드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포드 전 대통령은 올해 1월부터 폐렴 증세와 싸워왔으며 8월부터는 혈관 보정물과 심장 박동기에 의지해왔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그는 미국이 혼란스럽고 분열됐을 때 대통령직을 맡아 성실함과 양식을 바탕으로 미국을 치유하고 대통령 직무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회복했다”며 “미국은 그의 헌신과 인격과 뛰어난 업적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포드는 미국 역사에서 선거를 거치지 않고 부통령과 대통령직에 오른 유일한 인물로 기록됐다. 그는 전임자 리처드 닉슨의 부통령 스피로 애그뉴가 스캔들로 물러난 뒤 닉슨의 지명으로 부통령에 올랐다. 또 닉슨이 야당의 선거운동본부를 도청한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1974년 8월 사임한 뒤 다시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1974년 9월9일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미국 국민은 비록 아무도 그에게 투표하지 않았지만 닉슨을 하야시킨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점에서 그를 환영했다. 포드는 취임 연설에서 “미국의 오랜 악몽은 끝났다”고 선포했지만, 재임 중 닉슨을 사면한 데다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해 인기가 급락하면서, 1976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에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1913년 7월14일 미 네브래스카주 오하마시에서 태어나 미시간대와 예일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1914년부터 변호사로 일해온 포드는 1949년 미시간주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당선돼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장수한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그 다음은 역시 93살에 세상을 뜬 로널드 레이건이다.
이상수 기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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