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처형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은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전쟁에서는 이기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내 미국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3년 12월13일 후세인이 자신의 고향 근처 마을의 한 토굴에서 체포됐을 때 조지 부시 대통령은 득의에 찬 표정으로 TV 연설에 나섰지만 이번 후세인 처형에 대해서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변인을 통해 후세인 처형에 대한 준비된 성명만을 발표한 부시 대통령에게서 후세인을 체포했을 때와 같은 기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라크 사태가 후세인의 폭정 종식이라는 실낱같은 부시 대통령의 개전 명분마저도 희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개전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하자 폭군 제거에 의미를 부여했으며 후세인 처형은 전쟁목표의 달성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만든 이라크는 전쟁발발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전양상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세인에 충성하는 바트당 잔당과 수니파와 관계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종파 분쟁은 후세인의 죽음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블루스 뷰캐넌 텍사스대학 교수는 후세인이 이라크 사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지만 많은 면에서 그는 단역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비록 후세인이 단역에 불과했더라도 그가 부시 대통령 및 아버지 부시와 악연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처형을 정의구현으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뷰캐넌 교수의 해석이다.
그러나 후세인 처형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조심스런 백악관의 반응은 후세인이 권좌에서 쫓겨난 뒤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일종의 '시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백악관 보좌진들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연말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TV에 나와 후세인 처형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거나 미국이 후세인 처형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부시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준비된 성명만을 발표토록 결정한 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다고 시인했다. 후세인의 죽음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 내 지지여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없을 것이란 백악관의 현실인식 역시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의 죽음을 마음놓고 기뻐할 수 없었던 또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백악관 보좌진들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연말휴가를 보내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TV에 나와 후세인 처형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하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의 죽음을 기뻐하고 있거나 미국이 후세인 처형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고위관리는 부시 대통령이 대변인을 통해 준비된 성명만을 발표토록 결정한 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이라크 상황에 대한 고려도 작용했다고 시인했다. 후세인의 죽음이 이라크전에 대한 미국 내 지지여론을 다시 끌어올릴 수 없을 것이란 백악관의 현실인식 역시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의 죽음을 마음놓고 기뻐할 수 없었던 또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 (뉴욕=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