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핵확산 금지조약 개정 추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압박을 더해가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이른바 ‘불량국가’들에 대해서는 민간용 핵 개발도 금지할 수 있도록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부시 대통령 보좌관들은 현행 핵확산금지조약의 틀 안에서는 이란이 원자력발전을 위해 우라늄을 농축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부시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 중인 유럽 나라들에 이란의 모든 핵 관련 시설들을 포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5월 뉴욕에서 열릴 핵확산금지조약 재검토회의를 앞두고 이란 등 “신뢰할 수 없는 나라”들이 평화적 핵개발을 허용하는 조약의 허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조약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조약 가입국들이 모두 재협상을 벌여 조약을 개정하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용을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현 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 근본적 결함이 있으며, 조약에 가입하고 핵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더라도 우라늄 농축이나 폐연료봉 재처리 방법을 알게 된 뒤 조약을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에 나서면 막을 수 없는 허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특히 북한이 2년 전 이러한 빈틈을 이용해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란도 결국 북한이 걸어간 길을 따를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해에도 부시 대통령은 현재 핵연료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유럽연합 나라들, 일본 등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핵연료를 생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신문은 부시 행정부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 형성된 핵확산금지조약의 틀을 아예 바꾸려는 목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최근 핵확산금지조약 탄생 35돌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불량국들이 약속을 어기고 국제사회에 도전해 핵확산금지조약의 근본적 구실을 훼손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나라들이 상업용 핵프로그램이란 허울 아래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핵물질을 생산하게 하는 핵확산금지조약의 허점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해들리 미국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13일 <시엔엔>에 출연해 핵확산금지조약에 대한 미국의 이런 견해가 이란 핵문제와 연관돼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 인터뷰에서 “이란은 자국 핵시설이 전적으로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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