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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요코이야기는 인종차별, 논리적 대처 필요”

등록 2007-01-17 09:23

[인터뷰] 지영선 보스턴 주재 총영사
`요코이야기' 문제는 지난해 9월 보스턴 근교 한인 학부모들이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나서면서 처음 불거졌다. 때마침 뉴욕에서도 이 책에 대한 거부운동이 벌어져 이 책의 교재 사용을 금지하기 위한 조직적인 운동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문제해결에 매달리고 있는 지영선 보스턴 총영사는 이 책 때문에 한인 학생들이 차별과 충격,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시정 노력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지영선 총영사와의 문답.

▲'요코이야기'의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나.

-- 두가지다. 우선 일본의 한국 침략 및 강점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도외시한 채 한국인은 가해자, 일본인은 피해자로 정반대로 묘사해 어린 미국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적 시각을 갖게 한다. 저자는 특히 이 책이 '자전적 소설'이라고 주장해 미국인들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한인학생들이 받는 직접적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인에 의한 일본인 살인, 강간, 강탈 과정이 자세히 묘사돼 있고, 이 책을 배우는 11-12세 어린이들에게 적당하지 않은 살인, 폭력, 강간, 성희롱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일본인은 선량한 피해자로,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괴롭히는 가해자로 묘사돼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교재로 쓰는 학교의 한인학생들에게 심한 정신적 충격과 괴리감, 자괴감을 주며 한인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할 우려까지 있다.

▲`요코이야기'를 배우는 미국 내 학생들이 얼마나 되고, 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미국 전역의 상당수 학교에서 이 책을 교재로 쓰고 있다. 특히 저자가 살고 있는 보스턴 인근을 비롯한 미 동북부지역에 이 책을 가르치는 학교가 많다. 미국 중학생들의 대부분은 동아시아의 문화와 역사를 접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고 한국역사 및 한국인을 처음 알게 되는데, 한국인들이 잔인하고 냉정하게 묘사돼 있기 때문에 당연히 나쁜 인상을 갖게 된다. 심지어 2차 대전 중 가해자가 "독일과 한국"이라고 말하는 학생들마저 있을 정도다.

▲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 지난해 9월 한인 학부모들을 통해 이 책이 교재로 쓰이고 있다는걸 파악한뒤 학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미국내 한인사회와 나아가 정부가 힘을 합쳐 해결하려는 노력을 펼쳐왔다. 주정부 고위인사들과 보스턴 글로브 등 현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담당 영사가 학교 회의에 나가 이 책을 교재로 쓰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주지역 총영사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해 협조체제를 구축했다. 조중표 외교부차관이 지난달 방한한 롬니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이 문제 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미국 학교에서 이 책을 가르치는건 한인학생과 학부모들에 대한 일종의 인종차별이자 인권침해라 할 수 있다. 한인 학부모들은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연방 교육부와 주 교육부에 정식 항의할 예정이고 우리 영사관에서는 연방 교육부와 주 교육부에 이미 항의서한을 발송했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에도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전체 동포사회의 동참을 유도할 계획이다.

▲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나, 유의할 점이 있다면.

-- 이 책은 벌써 10년 넘게 교재로 쓰여왔고 저자도 그동안 교사들과 맺어온 인맥을 이용해 이 책의 수업교재 사용 중단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한인학생들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자신이 코리언이라는 정체성을 가질수 있도록 동포사회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당당하게 대처하는게 중요하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논리적으로 미국사회를 설득하는게 필요하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 (보스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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