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좁은 바닥’ 탓
후보군 결격자 속출
후보군 결격자 속출
가로·세로 약 20㎞의 공간에 인구 55만명이 거주하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디시는 새삼 바닥이 너무 뻔한 도시라는 걸 실감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이 공개된 이른바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딕 체니 부통령 전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의 위증 여부를 가리기 위한 재판이 12명의 대배심을 구성하는 것부터 애를 먹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체니 부통령의 증인 출석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 재판은 워싱턴의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이 재판정에 서다 보니, 배심원 후보들과 이리저리 얽힌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경우 가뜩이나 배심원 후보자군이 적은 데다, 배심원으로 출두를 요구받은 후보자 가운데 절반이 이에 응하지 않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법원이 관내 거주자들에게 무작위로 배심원으로 출석해줄 것을 요청해 이에 응한 사람들 중에서 배심원단을 선정한다.
실제로 16일 첫 재판에서 배심원 후보자 33명을 모아놓고 보니, 법무부 소속 검사의 남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사는 워터게이트호텔 5층의 청소부 아줌마,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들어 있어 이들을 포함해 9명이 제외됐다. 17일 연방대배심 16호 법정에 계속된 배심원 후보자들에 대한 검찰과 피고쪽 변호인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전직 백악관 행정보조원도 가려졌고,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리비와 미식축구를 즐겨한다는 사람 등 이들 유명인사들과 어깨를 한번이라고 마주친 결격자들이 속출했다.
재판장은 18일 저녁까지 12명의 배심원과 4명의 후보배심원이 선정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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