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일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상원의장을 겸하는 딕 체니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의료보험 개혁, 에너지 정채 등 벌써부터 비난 화살
의욕적 정책제시 불구 지지율은 낮아 험난한 2년될 듯
의욕적 정책제시 불구 지지율은 낮아 험난한 2년될 듯
미국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각) 집권 이후 처음으로 맞은 여소야대 의회에서 새해 국정연설을 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해 국정연설에서 제시한 정책들을 추진할 능력이 의심된다고 일제히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회의적인 국민여론에 계속 맞서겠다는 그의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뉴욕타임스>)줬지만, 민주당의 반대와 썰렁한 여론으로 남은 2년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이라크전에 대한 인내와 재정적자, 의료보험, 에너지, 이민정책 등 국내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의 호소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라크 정책은 이미 여론의 승부가 난 상황이다. 민주당의 협력을 노리고 제시한 의료보험 개혁과 에너지 정책 등의 국내정책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과거 정책을 재탕했지만 새로운 정책적 기초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혹평했다. 최근 <시비에스> 방송 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는 28%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반대는 두 배가 넘는 64%였다.
부시 대통령은 의료보험 가입자들에게 7500달러, 가족에게는 최고 1만5000달러의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자기 부담의 보험가입자와 고용주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50%의 미국인들 간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노조도 의료보험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보고 있어 입법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에너지정책에서는 과도한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고 앞으로 10년간 에너지 소비 20% 감축하고 대체연료 개발과 사용을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해온 온실가스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1200만명 불법이민자에게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민정책은 민주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조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에 미국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북핵 및 북한 관련 대목은 주목할만 ‘방향전환’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의 핵심 철학인 이른바 ‘민주주의 확산’ 대상국으로 쿠바·벨로루시·미얀마를 지목했을 뿐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악의 축’(2002년) ‘억압적인 정권, 무법정권’(2003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2004년) ‘(북한의) 핵야망’(2005년)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북한, 이란 같은 (민주주의가 아닌) 나머지 절반을 잊어선 안 된다’(2006년) 등 해마다 ‘집중 비난 대상’에서 한번도 빼놓은 적이 없었던 북한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다.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려는 강도높은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며 북한을 비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북핵 문제에 대한 ‘무관심’으로 볼 일은 아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부시 대통령이 요즘 6자 회담 재개에 앞선 북-미 베를린 접촉 등 긴박한 외교적 움직임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제훈 기자 hoonie@hani.co.kr
부시 대통령 새해 국정연설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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