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출사표 “세대교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바락 오바마(45) 상원의원이 10일(현지시각) 2008년 대선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날 오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흑인 노예해방을 선언했던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옛 주의회 청사 광장에서 1만여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의 냉소주의와 부패, 편협한 정치의 종말”을 고하고 “세대교체의 기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링컨이 가졌던 공통의 희망과 꿈이 여전히 살아 있는 옛 청사 앞에서 출마를 선언하는 이유는 보다 희망찬 미국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연설 곳곳에서 링컨 대통령을 언급했듯이, 스프링필드의 옛 청사를 공식 출마 선언 장소로 택한 것은 매우 상징이다. 이곳은 중서부 촌뜨기라고 비판받던 링컨이 1858년 “내부가 갈라진 집은 서 있지 못한다”는 역사적 연설을 했던 곳이다. 또한 링컨이 1860년 이 곳에서 대통령선거본부를 꾸려 ‘변화의 약속’을 내걸고 워싱턴에 도전했던 장소이고, 1865년 암살된 뒤 묻힌 곳이다.
그러나 케냐 출신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를 둔 그는 자신이 흑인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고, ‘모든 인종의 미국’이 하나임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출마선언은 출사표라기보다 “세대교체 운동 선언”이라고 평했다. 그는 베이비붐 이후 세대로서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차별을 시도하는 데 역점을 뒀다. 그는 자신의 경험이 얕다는 지적에 대해 “워싱턴 방식을 배울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알지만, 워싱턴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 만큼의 시간은 워싱턴에 있었다”고 반격했다.
그는 △전국적인 의료보험 확대 △외국 석유 의존 축소 △미국경제의 경쟁력 확보 △미국의 안보 및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전지구적 동맹 구축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이라크전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드러내며 당내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과의 차이를 부각했다. 그는 “이라크인들에게 우리가 영원히 주둔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게 수니파와 시아파간 협상을 압박할 수 있는 최후의, 최선의 방책”이라며 내년 3월까지 철군을 주장했다.
오바마 의원은 앞으로 현재 민주당의 선두주자인 클린턴 의원과 본격 세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11, 12일 클린턴 의원이 이번 주말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이오와·뉴햄프셔주를 전략적으로 방문해 맞대결 의지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미국 인종별 등록 유권자 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