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비판에 회담 거부
미국 정부가 대미 비판 발언을 일삼아온 규마 후미오 일본 방위상을 노골적으로 따돌리고 있다.
20일부터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규마 방위상과의 회담 일정을 잡지 말도록 일본 쪽에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체니 부통령은 21일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방문해 주일 미군 간부와 자위대 간부들을 만나는 데 이어, 아베 신조 총리, 아소 다로 외상과 개별 회담을 할 예정이다. 외국 정부 요인이 자위대 간부와 접촉하면서 방위성 최고 책임자인 방위상과의 회담을 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규마 장관에 대한 조지 부시 행정부의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규마 방위상이 지난달 24일 일본기자클럽 강연에서 “이라크 개전은 잘못됐다”고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판하자, 미 정부는 외교창구를 통해 일본 정부에 항의의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총리실은 곧바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될 수도 있다”며 ‘주의’를 줬으나, 규마 방위상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7일 나가사키 연설에서는 오카나와현 후텐마 비행장을 같은 현 나고시 연안으로 이설하는 안에 대해 “(이전지역 매립은) 지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은 모르고 있다”며 “(미국에) 너무 잘난 체하듯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일 동맹이 갈수록 긴밀화하는 상황에서 일본 방위성 최고책임자가 공개적으로 대미 비판성 발언을 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규마 방위상 발언의 배경에 대해선 소속 파벌이 아베 내각 발족 때 냉대를 받은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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