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부통령
‘리크게이트’ 재판과정서 숨겨진 사실 속속 드러나
리비 전 비서실장 변호 위해 증언대 출석 가능성
리비 전 비서실장 변호 위해 증언대 출석 가능성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의 신분 노출 사건인 ‘리크게이트’ 재판이 사실상 딕 체니 부통령에 대한 재판으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위증과 수사 방해 등 다섯 가지 혐의로 피고석에 앉은 루이스 리비 전 체니 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재판이 12일부터 변호인 쪽 증인 출석으로 이어지면서 체니 부통령이 법정에 출두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체니 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중에 증언대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검찰 쪽 증인들이 출두한 9차례 재판 과정에서 체니 부통령이 백악관 구중심처에 앉아 이 사건과 얼마나 깊숙이 개입해 막후활동을 벌였는지에 대한 숨겨진 얘기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체니 부통령이 직접 그의 충복을 구원하기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2003년 7월 비밀요원의 이름이 공개된 첫 기사 스크랩 위에 끼적거린 체니 부통령의 메모도 공개됐다. 체니 부통령은 이후 발레리 플레임 비밀요원 신분의 언론누설에 대해 구체적 지시를 내리고, 백악관 관리들에게 리비를 적극 변호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체니 부통령이 법정에서 특별검사로부터 구체적 지시 내용을 증언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도 있고, 앞서 여러 증언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자신과 행정부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은 공화당 보수 핵심층으로부터도 점점 외면받는 체니 부통령의 처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월스트리트>와 <엔비시>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국민 대상 지지도는 13%였는데, 보수층의 신뢰도는 43%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같은 여론조사에서 전국민 지지도는 9%로 떨어졌고, 보수층의 신뢰도 역시 26%로 하락했다.
리크게이트는 미국의 이라크전 개전의 명분이 됐던 이라크의 농축 우라늄 구입설을 반박한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리비 전 비서실장이 윌슨 대사의 부인인 밸러리 플레임이 중앙정보국 비밀요원이라는 사실을 언론에 일부러 노출시킨 사건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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