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가 15일 오후(현지시각) 하원 레이번빌딩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동원됐던 할머니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연 사상 첫 청문회에서 한국인 김군자, 이용수, 네덜란드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증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세 할머니 ‘한맺힌 절규’ 미 의회 울려
미 하원서 첫 위안부 청문회 열려
찢겨진 인생, 정부 아닌 민간보상 모욕
오헤른 “일본군 의사마저 날 짓밟아”
‘이미 사과’ 일본 두둔 의원 지탄받기도 “16년 동안 사과 촉구 시위를 하고 있지만, 공식 사과를 받지 못했다.”(이용수·79) “나에게 죄지은 일본인들은 용서했지만,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위안부들의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얀 루프 오헤른·85) “많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죽었지만 역사는 살아 있을 것이다. 망가진 내 인생을 돈으로 보상할 수 없다.”(김군자·81)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 청문회장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맺힌 절규가 이어졌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치욕스런 고통을 겪었던 한국과 네덜란드 출신 할머니 3명이 증언에 나섰다. 미국 하원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청문회는 참관인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청문회는 마이클 혼다 의원 등 하원의원 7명이 최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하원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청문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역사의 산증인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겪은 일들을 얘기해야 하는 게 너무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6살 때 한밤중에 군인들에게 끌려가 “자살하려고 해도 죽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받았다고 털어놨다. 할머니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성폭력 만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는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는 “머리를 박박 깎고 저항했지만, 정기검진 나온 일본군 의사마저 나를 짓밟았다”고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했다. 그는 분노에 겨워 때론 책상을 치고 고개를 마구 가로저으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헤른 할머니는 “일본은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보상한다고 했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의 보상은 모욕이라고 생각해 거부했다”며 “일본은 전쟁에서 저지른 잔학행위를 인정하고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군자 할머니는 “죽기 전에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국 땅까지 오게 됐다”며 “내 몸 곳곳에는 너무나 많은 흉터들이 남아 있고 죽지 않을 만큼 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세 할머니의 증언이 끝난 뒤 에니 팔레오마베가 위원장은 “할머니들의 참상에 대한 위로의 말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 영어를 배워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공화당 우파 데이나 로러바커 의원은 일본은 수차례 공식사과해 결의안의 요구사항을 이미 충족했다며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에 결의안 제출을 주도한 혼다 의원은 “그것은 정부의 사과가 아닌 개인적인 사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고,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자인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사과를 받았으면 내놓아보라”고 항의했다. 혼다 의원은 청문회 뒤 결의안 표결 시점과 관련해 “5월 아베 신조 총리의 방미 때 의원들이 그와 대화한 뒤 결정할 수 있도록 그 이후 표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찢겨진 인생, 정부 아닌 민간보상 모욕
오헤른 “일본군 의사마저 날 짓밟아”
‘이미 사과’ 일본 두둔 의원 지탄받기도 “16년 동안 사과 촉구 시위를 하고 있지만, 공식 사과를 받지 못했다.”(이용수·79) “나에게 죄지은 일본인들은 용서했지만,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위안부들의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얀 루프 오헤른·85) “많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죽었지만 역사는 살아 있을 것이다. 망가진 내 인생을 돈으로 보상할 수 없다.”(김군자·81)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 청문회장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맺힌 절규가 이어졌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치욕스런 고통을 겪었던 한국과 네덜란드 출신 할머니 3명이 증언에 나섰다. 미국 하원 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청문회는 참관인과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청문회는 마이클 혼다 의원 등 하원의원 7명이 최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하원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청문회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역사의 산증인으로 이 자리에 섰지만 겪은 일들을 얘기해야 하는 게 너무 부끄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6살 때 한밤중에 군인들에게 끌려가 “자살하려고 해도 죽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성노예 생활을 강요받았다고 털어놨다. 할머니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성폭력 만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라도 일본은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는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는 “머리를 박박 깎고 저항했지만, 정기검진 나온 일본군 의사마저 나를 짓밟았다”고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했다. 그는 분노에 겨워 때론 책상을 치고 고개를 마구 가로저으며 몸서리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헤른 할머니는 “일본은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보상한다고 했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의 보상은 모욕이라고 생각해 거부했다”며 “일본은 전쟁에서 저지른 잔학행위를 인정하고 후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군자 할머니는 “죽기 전에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국 땅까지 오게 됐다”며 “내 몸 곳곳에는 너무나 많은 흉터들이 남아 있고 죽지 않을 만큼 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세 할머니의 증언이 끝난 뒤 에니 팔레오마베가 위원장은 “할머니들의 참상에 대한 위로의 말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 영어를 배워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공화당 우파 데이나 로러바커 의원은 일본은 수차례 공식사과해 결의안의 요구사항을 이미 충족했다며 일본을 두둔하고 나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에 결의안 제출을 주도한 혼다 의원은 “그것은 정부의 사과가 아닌 개인적인 사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했고,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자인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사과를 받았으면 내놓아보라”고 항의했다. 혼다 의원은 청문회 뒤 결의안 표결 시점과 관련해 “5월 아베 신조 총리의 방미 때 의원들이 그와 대화한 뒤 결정할 수 있도록 그 이후 표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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