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 헤지펀드 투자기준 상향조정 제안
부의 확고한 기준인 1백만달러(약 10억원)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는 것일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2월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부자의 기준을 크게 올릴 것을 제안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 보도했다. SEC는 헤지펀드 투자의 위험성을 고려해 “자신들의 투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정 액수 이상의 자산가에만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 기관은 적어도 250만달러의 투자 가능 자산(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은 제외) 보유자에게만 헤지펀드 투자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1982년 마련된 현 투자 기준은 주거용 부동산을 포함해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 또는 2년간 연간소득 20만달러나 부부 합산 연간소득 30만달러 이상이다.
투자 기준을 올린 이유는 1990년대의 주식붐과 지난 5년 동안의 부동산 폭등으로 1백만달러 이상 자산가(주거용 부동산 포함)가 2004년 기준으로 미국 전체 가구의 8%(900만 가구)를 차지할 만큼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SEC는 새로 제안된 투자 적격 기준은 미국 인구의 상위 1% 자산가에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최상위 1% 자산가에 들기 위해선 2004년 기준으로 주거용 부동산을 포함해 적어도 6백만달러를 가져야 한다.
이런 제안은 헤지펀드 투자에서 배제될 ‘어중간한’ 부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준 상향으로 투자 봉쇄가 예상되는 콜로라도주의 투자가인 로스 커민스키는 “부는 부를 낳는다는 경구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말이 종종 사실인 이유는 부자가 그 나머지 사람들은 갖기 힘든 투자 기회를 누리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 감소가 예상되는 헤지펀드들도 투자 기준 상향에 반대하고 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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