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임한 로버트 조지프 전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의 사임 이유가 분명해지고 있다. 6자회담의 2·13합의에 대한 반발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다. 그는 주변 동료들에게 ‘원칙의 문제’라며 조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합의한 2·13합의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 보도했다. 그는 또 2·13합의가 자신이 “범죄적” “도덕적으로 혐오하는” 정권이라고 불러온 북한정권의 생존을 연장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대북정보 수집의 잘못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잘못은 아니다”면서 “자신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계속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국무부 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이었던 조지프 전 차관의 퇴장은 부시 행정부 내 기류변화의 상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세계를 재편하겠다던 부시 1기 외교정책이 2기 들어 외교적 협상을 통한 해결로 선회하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매파들의 집단적 대이동(엑소더스)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무부를 비롯한 행정부 관리들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가로막아온 네오콘의 퇴장을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프 차관에 앞서 네오콘의 대부로 일컬어지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스티븐 캠본 국방부 정보담당 차관,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차관, 루이스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 등이 줄줄이 행정부를 떠났다. 딕 체니 부통령과 존 한나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잭 크라우치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엘리엇 에이브럼스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체니 부통령 등 소수를 제외하고는 “강경파들이 자신들의 둥지로 돌아갔다”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 핵심 측근의 말처럼 네오콘의 퇴조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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