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로 활약중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1일 워싱턴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관련한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와 과학기술 소위의 합동 청문회에서 지지자들로부터 온 편지들을 담은 상자를 앞에 둔 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6년만에 의사당 방문…청문회서 환경전도사 변신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 자리의 의원들은 후대 사람들에게 ‘여기가 테르모필레였고, 우리는 문명의 문을 지켜냈다’고 얘기할 것이다.”
2000년 대선 패배 이후 6년2개월만에 미 의사당을 찾은 앨 고어 전 부통령은 21일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지구적 위기상황인 지구온난화에 힘을 합쳐 대처할 것을 촉구했다. 고어가 이날 언급한 테르모필레는 300여명의 스파르타군이 1백만명의 페르시아군에 맞서 싸웠던 곳이다.
이날 청문회는 환경강연을 방불케 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환경 전도사로 변신한 고어 전 부통령은 미국이 선두에 나서야만 이산화탄소의 의미있는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연방 차원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방출 동결을 위한 조처를 즉각적으로 시행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오염원에 대해 세금을 추가 부담토록하며 △가정마다 효율이 높은 전구를 사용하고 △차량의 효율기준을 높일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지껏 생각해왔던 이상의 조처들이 필요하다며 “온난화 대응은 우리들의 도덕적 상상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환경 강의’에 대해서는 도전도 없지 않았다. 상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의 제임스 이노피 상원의원은 고어 전 부통령의 테네시주 저택이 일반 가정의 20배가 넘는 전력을 사용한 점을 지적하며 “1년 안에 미국 가정 평균 이하를 사용하겠다는 서약을 하라”고 비난하다 위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고어 전 부통령의 경고가 과장됐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