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이란 겨냥 미사일 실험 열올려

미국 지상발사 요격미사일(GBI) 실험

6년새 32차례 요격실험…“주표적 북한과 이란”
최근 3천만달러 투자한 벙커버스터 폭파시험도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적 외교 노력과는 별개로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북한과 이란을 겨냥한 미사일방어(MD) 계획과 초대형 벙커버스터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사일 방어 계획의 책임자인 헨리 오버링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2001년 이후 모두 32차례의 미사일 요격실험을 실시해 24번을 성공했으며, 최근 2년 반 동안에만 14~15번 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방어 체제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며 “이를 계속 확대·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버링 국장은 이날 미사일방어 계획의 주표적이 북한과 이란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이란의 위협보다 더 긴급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처음엔 북한을 더 많이 주시했고,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실험으로 그 위협이 뒷받침됐다”며 “최근에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사일방어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을 겨냥한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두 나라는 올해 말과 내년 일본 해상자위대의 콩고급 이지스함에서 SM3 요격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한다. 지난해 6월 8번째 해상발사 미사일 요격실험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데 이어 이뤄지는 이번 요격실험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부심하는 일본을 미사일방어체제 속에 확실하게 편입시키겠다는 미국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 국방부는 또 러시아의 반대와 독일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미사일로부터 유럽 동맹국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폴란드에 10기의 요격미사일을 배치하고 체코에 레이더기지를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지난 15일 뉴멕시코주의 화이트샌드 미사일사격장 터널에서 초대형 벙커버스터의 폭파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올해 말에 B-52를 이용한 투하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핵위협 전문분석 사이트인 ‘엔티아이’(www.nti.org)가 28일 보도했다. 지하시설 파괴를 위해 소형 핵탄두를 이용하는 벙커버스터(미니누크)는 국방부 위협감소국이 3000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것이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벙커버스터가 현재는 이란을 겨냥해 배치될 가능성이 높지만, 수 년이 소요된 개발기간을 감안하면 이란보다는 북한을 겨냥해 개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게 15t, 길이 6m에 달하는 이 벙커버스터는 2005년부터 노드롭그루먼과 보잉이 개발에 참여했고, 지하 60m를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은 지하 30m의 콘크리트 옹벽 속에 구축되어 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