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 의회가 이라크 정책을 둘러싸고 극한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철군 시한과 연계한 이라크 전비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의회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아예 내년 3월31일 이후엔 이라크 전비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새로운 법안을 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또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의 만류에도 3일 시리아 방문을 강행했다. 그의 방문은 시리아가 테러를 지원하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명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서도 무책임한 법을 밀어붙였다”며 거부권 행사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5월 말까지 이 상황이 계속되면 현역군의 훈련이 지연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병력교대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왕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며 입법부 의견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대선주자들도 싸움에 가세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거부권 행사 포기 청원운동”을 주창했고, 바락 오바마 의원도 “국민들과 의회는 끝없는 이라크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시 대통령을 비난했다.
지난달 상원은 내년 3월31일까지 이라크 미군의 전투작전 종료를 조건으로 한 1220억달러(114조2286억원) 전비 법안을 통과시켰고, 하원은 내년 8월31일을 철수 시한으로 정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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