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씨가 총기를 구입한 버지니아주 로어노크 총포상의 주인 존 마컬이 범행에 사용된 권총과 동일한 글록19 권총을 들고 있다. 마컬은 조씨가 이 권총을 범행 36일 전인 3월13일에 버지니아 운전면허증, 개인수표, 미 이민국 신분증을 제시하고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밝혔다. 로어노크/AFP 연합
[풀리지 않는 의문들]
2차 총격 간격·22구경 구입과정 안개
2차 총격 간격·22구경 구입과정 안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범인인 조승희씨는 ‘아마추어’임에도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었을까. 기숙사에서 첫 총격 이후 왜 2시간30분이나 뒤에 다시 강의동에 나타나 2차 총격을 저질렀을까. 이 사건에서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다.
조씨는 강의실에서 10~15분 동안 권총 80~100발을 쏘아 50명이 넘는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했다. 조씨가 범행에 사용한 총은 9㎜ 구경 글록 권총, 22구경(0.22인치=5.6㎜) 권총 두 자루였다. 조씨는 9㎜ 구경 권총과 탄약을 지난달 13일 버지니아주 로어노크의 한 총기점에서 샀다. 22구경은 입수 경로가 아직 불확실하다. 이들 권총으로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거리는 20~30m 안팎으로 살상력이 강한 총기는 아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공개된 동영상을 종합해 보면 조씨는 연발 사격이 아닌 단발 사격을 했다.
조씨는 살상력이 크지 않고 유효 사거리도 짧은 권총을 한 발씩 사격했는데, 어떻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총알을 쏟아부어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냈을까. 미국의 웹진 <슬레이트>는 17일 이 의문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한 범행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조씨가 빠른 시간에 많은 총탄을 쏜 것은 사전에 장전된 탄창을 많이 준비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는 능숙한 사격 솜씨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조씨가 사전에 사격 연습을 했거나 훈련을 받았다는 정황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조씨 범행에서 또다른 의문은 1차 총격과 2차 총격 사이 2시간30분이나 간격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뒤 2시간30분 뒤에 다시 강의동에 나타나 30명을 살해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로저 드퓨 미 연방수사국(FBI) 전 행동과학부 부장의 시각을 소개했다. 드퓨는 1966년 텍사스대학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찰스 휘트먼도 ‘간격’을 보였다며 조씨의 행동이 아주 예외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휘트먼은 먼저 아내와 어머니를 살해한 뒤 텍사스대학의 시계탑 28층 전망대로 올라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죽이고 경찰에 사살됐다. 드퓨 전 부장은 조씨가 ‘계획 A’와 ‘계획 B’ 등 복수의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조씨는 주목표와 보조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기숙사 단계에서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지 못하자, 강의동에서 ‘계획 B’를 실행에 옮겼다는 추정이다. 이는 그가 다른 대량살해범들의 특징과 동일하게 치밀한 계획을 세웠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문제는 치밀한 계획에 상응하는 범행 동기다. 첫 희생자인 에밀리 힐셔가 조씨의 여자친구로서 범행의 동기로 추정됐으나, 그가 조씨와 관계 있다는 증거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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