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 유학생들 편견 커질까 걱정…중국쪽은 담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재미동포로 밝혀지자, 일본과 중국, 유럽의 동포들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생활 21년째인 재일동포 정양원(50)씨는 “장기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눈초리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에 유학이나 취업하러 오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심사가 까다로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17일 밤 발생한 나가사키 시장 총격 테러 사망 사건의 충격이 워낙 큰 탓인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18일치 일본 신문들은 1면에서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비중있게 다뤘지만, 이를 이용한 ‘한국 때리기’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용의자가 한국 출신이라는 점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적 문제를 불러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걱정어린 눈길을 보냈다.
유럽 한인사회도 이번 사건의 악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공대 박사과정의 ㅈ아무개씨는 18일 “이번 사건으로 제3세계 유학생들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차별 불씨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동포 사회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유학생들은 이번 사건이 체류 비자 연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을 저지른 조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은 병력이 알려지면서 3~5년마다 갱신하는 비자 연장 시한이 가까워진 유학생들은 긴장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인종 편견이 있는 유럽 일부에서는 비자 연장을 위해 거쳐야 하는 건강 검진에서 인종 차별적 언사 등 인격 모독 행위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는 탓이다.
반면, 중국 한인 사회는 이번 사건을 비교적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재중국한인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한국인들에 대한 집단적 반감으로 발전할 성격은 아니지 않느냐”며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1년째 살고 있는 조선족 김명화(25)씨도 “중국인들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데 그렇게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그보다는 미국의 총기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총기문화가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도쿄 베이징/김도형 유강문 특파원,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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