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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한국계 학생들 ‘불안’…미국인들 “차별 없을 것”

등록 2007-04-18 19:36수정 2007-04-18 23:28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씨가 기거했던 기숙사 하퍼동 2121호의 방(왼편 건물의 맨 오른쪽 2층 창문). 모두 224명의 학생들이 기거하는 4층 건물인 하퍼동은 스위트룸 형식으로, 각 숙소마다 3개의 방이 있고, 한 방을 2명이 함께 사용한다. 공동 목욕탕을 쓰는 다른 기숙사동보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좋은 기숙사동으로 꼽힌다. 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A href="mailto:hoonie@hani.co.kr">hoonie@hani.co.kr</A>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씨가 기거했던 기숙사 하퍼동 2121호의 방(왼편 건물의 맨 오른쪽 2층 창문). 모두 224명의 학생들이 기거하는 4층 건물인 하퍼동은 스위트룸 형식으로, 각 숙소마다 3개의 방이 있고, 한 방을 2명이 함께 사용한다. 공동 목욕탕을 쓰는 다른 기숙사동보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좋은 기숙사동으로 꼽힌다. 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버지니아공대 밖에 거처 마련도
미국 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공대 캠퍼스는 학살의 공포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각) 숙연한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이 학교의 한국계 학생들은 추도행사 등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우려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계 학생들은 이날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1주일 휴교 기간의 대책을 논의했다. 결론은 휴교 기간 내내 학교를 떠나는 쪽으로 모아졌다. 기숙사에 머물고 있는 한국계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집에 가기 어려운 학생들은 캠퍼스 밖에 거주하는 석·박사 학생들 집에 머물기로 했다.

이승우 한인학생회장(관광학과 박사과정)은 “학교 쪽은 이번 사건으로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면서도 “한국계 학생들은 보복공격에 대한 걱정보다는 스스로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범인이 한국 학생으로 밝혀지면서부터 한국계 학생 사이에 심리적 불안과 동요가 증폭되고 있다”며 “신변의 위협을 우려하는 기숙사 거주 학부 유학생들이 학생회에 도움을 요청해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기숙사에 거주하는 여학생들의 동요가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 한국 학생들은 18일로 예정된 학교 당국과 외국 유학생들의 간담회에서 한국 학생들 쪽의 의견을 밝히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한 학생은 “현재의 추모 분위기에선 별 문제가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이민 온 신입생 마이클 오퍼먼(18)은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9·11 사건 이후 중동계 이민자들이 당했던 일들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출신 류 보아즈는 “부모님들은 정말로 아시아계에 대한 보복을 걱정하고 있다. 9·11 이후 수많은 아랍인들이 공격을 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국계 학생들의 이런 우려 분위기와는 달리, 미국 일반 대학생들이나 교직원, 주민들은 이번 사건을 한국인의 전체 문제가 아니라 범행을 저지른 개인 문제로 보는 분위기다. 한국 학생을 대하는 태도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조씨가 기거했던 기숙사동인 하퍼홀에 사는 아담 톰슨(인문과학·4학년)은 “같은 기숙사에 살면서 조씨를 본 적도 없다”며 “버지니아공대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앞으로도 인종주의나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과에서 운영하는 식당 관리인인 존 바네트는 “이번 사건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외톨이 성격의 조승희라는 한 학생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며 “구내 식당에서 일하는 한국 학생들과의 관계가 전혀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추모집회에서 만난 인근 지역 주민 윌리엄 리브스(54·측량기사)는 “12학년인 아들을 버지니아공대에 보내고 싶다”며 “한국 학생들에게 해코지하는 것은 멋모르는 어린애들과 멍청한 사람들이나 할 짓”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공대 현장을 취재 중인 <엔비시> 방송의 매튜 글릭 기자는 “조씨가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와 10년 넘게 미국생할을 한 사실상의 미국인”이라면서도 “일부 언론들이 그의 신분을 밝히면서 한국인임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신변에 관한 우려를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밤 캠퍼스에서 열린 대규모 추모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높이 올린 추모의 촛불은 따뜻한 애도의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 마치 이 학교 한국계 학생들의 불안한 심정을 보여주는 듯했다. 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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