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대학의 모데차이 로잔스키 총장(가운데)과 학생들이 18일 미국 뉴저지주 로렌스빌에 있는 이 학교 캠퍼스에서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판에 추모의 글을 쓰고 있다. 로렌스빌(뉴저지)/AP 연합
정신병원 수용 하룻만에 풀려나
“참극 막았을 수도” 아쉬움
“참극 막았을 수도” 아쉬움
18일 오전 버지니아공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총기난사 사건 기자회견에선 조승희씨가 16개월 전 정신감정을 받은 사실이 발표돼, 이번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일었다.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 공대 경찰서장은 2005년 11월과 12월 두 여학생이 조씨가 자신들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괴롭힌다(스토킹)고 신고했으나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라고 보고 그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 사건들이 있은 뒤 조씨의 부모와 기숙사 같은방 친구가 조씨가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고하자 학교 당국은 그해 12월 그에게 정신 감정을 받도록 했다고 플린첨 서장이 말했다. 당시 정신 감정을 근거로 몽고메리 지방법원은 “조씨가 정신병으로 자신 또는 타인에게 즉각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일시 수용 명령서를 발부했다. 이에 따라 조씨는 인근 정신보건 시설에 수용됐다. 그러나 그는 카운셀러와 상담 뒤 하룻만에 풀려났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리스 플린 대학상담소장은 “위험이 있었다면 경고가 주어졌을 것”이라며 당시 조처에 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2만6천명에 이르는 모든 학생들을 감당하기 어렵고 조씨 같은 경우는 “전형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사례”여서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이다.
조씨에 대한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래리 힌커 대학 부총장보는 법원 명령서에 대해 “대학 당국은 완전히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발뺌해 기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퇴장하는 그의 등 뒤로 “대학 당국이 정말 몰랐단 말이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당시 정신 감정을 제대로 해 조씨를 집중적으로 관리했다면, 조씨는 총을 구입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조씨는 이 밖에도 2005년 10월 영작문 강좌에서 이상한 행위와 섬뜩한 내용으로 된 글을 지어 경찰에 신고됐다. 조씨는 강의실에서 쫓겨나, 교수한테 일대일 강의를 받아야 했다. 조씨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2005년 12월 이후 대학 당국과 경찰의 아무런 주목과 제지를 받지 않았다.
오후 4시30분 기자회견장을 다시 찾은 웬델 플린첨 버지니아공대 경찰서장은 조씨가 보낸 우편물이 전날 <엔비시>(NBC) 방송에 배달돼 연방수사국이 조사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그가 구체적 내용을 나중에 밝히겠다며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자 회견장은 다시 한번 술렁거렸다. 두 시간 뒤 조씨의 기괴한 연설장면과 사진 등을 방송하는 <엔비시>의 화면이 회견장 대형 스크린을 장식하면서 회견장을 가득 메운 기자들은 뒤통수를 얻어맏은 기분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서는 학교가 정신질환을 가진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정신질환을 앓는 학생들에 대한 조기 격리 또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권 침해라는 비판도 드세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대학들이 인권 침해와 다른 학생들의 안전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 대학들은 당사자 학생의 동의 없이는 부모에게도 해당 학생의 의료기록 등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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