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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제 상처 치유 시작할 때”

등록 2007-04-20 19:04

“친구잃은 동료 고통 눈감지 말라”
콜럼바인 생존자들 따뜻한 위로
“강하게 희망을 갖자.” “그대들 모두는 우리의 생각과 기도 속에 함께 할 것이다.” “VT는 혼자가 아니다.”

참사의 현장인 버지니아공대 안의 이곳저곳에는 ‘4.16 함께 애도하자’란 글이 담긴 검은 색 포스터들이 나붙어 있다. 또 곳곳에 설치된 추모용 글판에는 전세계에서 보내온 위로와 연대의 글, 기도문들이 꽉 차 있다. 쌀쌀한 봄비가 내린 19일(현지시각) 오후에도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 동문들의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버지니아공대는 주말에도 추모행사를 잇달아 연 뒤, 23일에는 1주일 휴교가 끝난 데 맞춰 단과대 별로 이번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을 갖기로 했다.

1999년 13명의 희생자를 낳은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생존자인 브룩스 브라운은 19일 미 공영방송 〈엔피아르〉(NPR)에 ‘(상처 치유의) 모든 방법은 검토돼야 한다’라는 기고문을 보내 버지니아공대의 생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울고 있을 때 다른 이들도 울고 있었습니다. 콜럼바인 학생들은 고통을 공개적으로 나누고, 함께 울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았습니다.” 브라운은 사건 직전 범인 가운데 한명이었던 에릭 해리스로부터 “브룩스, 나는 널 좋아해. 여기서 나가. 집에 가” 란 경고를 듣고 화를 피할 수 있었다.

브라운은 “당시 일어난 어떤 일도 이해할 수 없었고, 몇 시간 동안 혼자 울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총기사건으로 친구들을 잃은 생존자들에게 “여러분의 고통이나 주위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눈 감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다른 콜럼바인 사건 생존자인 레지나 로드는 18일 〈엔비시〉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고통 극복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모든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20~30명의 학생들이 모이기만 해도 카메라가 이를 녹화했고, 학생들이 함께 모일 공간과 시간이 없었다”며 “학생들만의 공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11년 동안 콜럼바인 고교의 교장을 맡고 있는 프랭크 디안젤리스는 17일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경찰, 의료진, 지역사회가 나서 상담 서비스 등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콜럼바인 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들 일부는 여전히 8년 전 사건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이나 교수진들이 겪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우려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4월은 유독 미국인들에게 잔인한 달로 기억된다. 1993년 4월19일 텍사스주 와코에서는 종말론에 빠진 광신도 79명이 미 연방수사국(FBI)과 대치하다 집단 자살했다. 2년 뒤 같은 날엔, 민병대 소속의 티모시 멕베이가 오클라호마시 연방청사를 폭파해 168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20일은 콜럼바인 사건 발생 8주년이다.

블랙스버그/류재훈 특파원, 박현정 기자, 정옥재 수습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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