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미국·중남미

“국적 어떻든 개인에 분노”

등록 2007-04-20 19:08

조 켄달 편집장
조 켄달 편집장
‘컬리지에이지타임스’ 내외신 기자들의 필독지로
사태 가장 빨리 보도한 학교신문 편집장 조 켄달

미국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난사 사건은 1903년 창간된 버지니아공대의 대학신문 <컬리지에이트 타임스>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됐다. 이 신문은 사건발생 2시간 반만인 16일 오전 9시47분 웹사이트에 총기난사 사건의 1보를 보도하면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곧바로 <시엔엔> <엔비시> <뉴욕타임스> 등에서 문의전화가 폭주했고, 이날 오후까지 웹사이트 접속건수는 5300만건을 기록했다. 유명 언론들은 경찰발표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인정해, 이 신문의 희생자 신원 보도를 그대로 받아 보도했다.

19일 오후 학생회관 3층에 자리잡은 신문사에서 만난 조 켄달(23·정치학과 3년) 편집장은 “우리는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데 그런 평가에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며 “이번처럼 비극적 사건에서 (그런 식의 유명세에 대한) 자긍심 같은 것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사건이 발생한 날은 그가 신문사 일을 시작한 지 2년만에 편집국장 바로 밑의 편집장으로 승진한 날이었다. 그는 그날 이후 매일 아침 5~6시까지 신문 편집을 마쳐 인쇄공장으로 넘겨야 했기 때문에 사흘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으나, 여전히 패기가 넘쳤다. 한 동료기자는 “우리는 잠을 자지 않는다”며 자랑스럽게 웃었다. 평소 주중에 매일 8~10면 발행하던 신문은 16면으로 증면해 발행하고 있고, 사건 발생 이후 버지니아공대에 밀려든 1천여 취재기자들의 필독 신문이 됐다.

-특종 경위는?

=총격 사건이 9시께 편집국장에게 보고됐고, 곧장 웹사이트에 1보를 실었다. 대학신문 특성상 모든 기자들이 캠퍼스에 있다 보니,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취재가 가능했다. 30분 내에 현장 근처에 4명의 기자들이 집결할 수 있었고, 기자들의 본격적인 현장투입은 안전을 위해 총격이 멈춘 뒤 이뤄졌다.

-범인 조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톨이였고, 정서적으로 극도로 불안했다. 하지만 방송사에 비디오 등을 보내 자신의 주장을 전하려 애쓴 것으로 볼 때 매우 악마적이고 영악하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해선 기숙사 룸메이트나 영문과 교수 등의 인터뷰를 통해 계속 추적 보도하고 있다.

-범인의 국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992년에 미국에 와서 고등학교를 다니며 미식축구도 했고 졸업을 했다. 국적을 따지는 건 이상한 일이다. 국적이 어떻든 그런 범행을 저지른 개인에 우리는 분노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매우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씨가 2년전 정신감정을 받았지만, 학교 당국이 방치해 이런 범죄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고 단정해 격리를 시키거나 강제적 조처를 취하는 것은 무리다. 많은 학생들이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지내면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교내 총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는 나름의 총기 문화가 있고,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와는 다르다. 부분적 이유는 되겠지만, 이번 사건을 총기법과 같은 법적인 차원의 문제로 보지는 않는다.

-콜럼바인 사건 이후 일부 학교엔 총기 반입을 막기 위한 검사대가 설치됐다.

=교육과 자유의 공간이라 할 대학 캠퍼스에 그런 장치를 한다면 과도한 안전조처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오히려 이번 비극을 되새기게 하는 이상한 장치가 될 것이다.

-19일치 1면 머리기사는 ‘치유가 시작됐다’였다. 어떻게 치유가 가능할까?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가능한 한 빨리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다음주 다시 학교가 열리더라도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