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장례식…조씨 추모석도 함께 놓여
버지니아공대 23일부터 정상화
“너를 미워하지 않아. … 이제는 평화와 사랑도 조금은 찾기를 바래. 우리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네가 그렇게 분노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가 돼주지 못해 미안해. …”(로라)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교 중앙광장인 드릴필드에 가해자인 조승희씨의 추모석도 함께 놓여, 용서와 화해로 상처와 분노를 극복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드릴필드에는 조씨를 포함해 학생 28명, 교수 5명 등 33명을 기리는 추모석이 놓였다. 다른 추모석들과 나란히 놓인 조씨 것은 왼쪽에서 네번째에 자리했다. 학교 상징석인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20㎝, 가로 30㎝의 추모석들은 장미와 카네이션 등으로 꾸며졌고, 유리컵에 담긴 촛불도 옆에 놓였다. 조씨 추모석 앞에 놓인 카드에는 ‘2007년 4월16일. 조승희’라고 씌어있다.
조씨조차 ‘희생자’로 품으려는 성숙한 태도는 21일 학생들의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씨 추모석에 친구가 돼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글을 남긴 ‘로라’는 “하느님께서 너를 받아주시기를 기도한다”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데이비드’가 남긴 글은 “내가 너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손을 내밀어 삶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용기와 힘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자리한 분노가 용서로 바뀌기를” 기원했다.
버지니아공대 한인학생회의 하동삼(55·전자컴퓨터공학) 지도교수는 20일 한인 대학원생 163명한테 보낸 ‘우리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말고, 이번 사건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과 따뜻한 마음을 건네야 한다”고 당부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은 21일 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500여명이 모여 이번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보도하는 등, 한국에서 일어나는 추모 움직임을 자세히 전했다.
버지니아공대는 23일부터 학교 업무를 정상화한다. 이날 학교 차원의 추도식도 열린다. 학교는 홈페이지 글에서 기자들에게 취재를 삼가는 등 학교 정상화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조씨가 다니던 영문과의 니키 지오바니 교수(시인)가 쓴 “우리는 피와 눈물, 우리의 모든 슬픔을 딛고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 …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는 글귀가 올라 있다.
블랙스버스/류재훈 특파원,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블랙스버스/류재훈 특파원,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