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 의한 미국내 사건’ 시각변화
미국 언론들이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씨의 표기를 미국식인 ‘승희 조’(Seung-Hui Cho 또는 Seung Hui Cho)로 바꾸었다. 이런 표기의 변화는 미국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미국인에 의한 미국 내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들은 21일을 기점으로 조씨에 대한 표기를 바꾸었다. 사건 발발 직후엔 경찰 발표에 따라 한국식인 ‘조승희’(Cho Seung Hui)로 썼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들은 이런 표기 변경을 조씨 가족의 의사와 ‘아시아-아메리칸 기자협회’(AAJA)의 공문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 가족은 사과문에서 ‘승희 조’로 표기했고, 아시아-아메리칸 기자협회는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조씨가 한국계란 사실이 이번 범행과 관련이 없다며, 그가 한국계임을 드러내는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22일 조씨의 개인사에 대한 장문의 기사에서, 한국에 있는 조씨의 이모할머니 등은 성을 앞세우는 한국식 표기를 한 반면, 조씨에 대해서는 미국식으로 썼다. 이 신문은 애초 인터넷판 등에서 ‘조승희’라는 별도의 기사 검색 카테고리도 만든 바 있다. 〈엔비시〉 방송은 조씨의 영상물을 보도할 때까지만 해도 ‘조승희’라고 표기하다가, 주말을 기점으로 바꾸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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