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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개인주의적 접근…기독교 분위기도 한몫

등록 2007-04-23 19:10수정 2007-04-24 02:09

<b>나이아가라 폭포 추모 불빛</b> 미국 뉴욕주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22일 버지니아공대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적갈색과 오렌지색 불빛을 비추고 있다. 뉴욕/AP 연합
나이아가라 폭포 추모 불빛 미국 뉴욕주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22일 버지니아공대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적갈색과 오렌지색 불빛을 비추고 있다. 뉴욕/AP 연합
‘화해와 용서’ 차분한 미국
외관상 빠른 치유 불구 저변선 다른 기류도…조씨 추모석 사라져

미국 사회가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난사 사건인 버지니아공대 참사의 상처를 보듬고 후유증을 치유하는 방식은 한국의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범인을 원망하는 집회도 없었고 “내 자식 살려내라”고 오열하는 유가족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추모와 희생자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되살려 내려는 모습은 한국과 대조적이었다.

1주일간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과 교직원, 동문, 지역주민들한테서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조승희씨를 향한 분노와 ‘살인마’라는 비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합동 영결식이나 유족들의 항의성 기자회견도 없었다. 대신 조용한 추모회가 곳곳에서 열렸고, 희생자들의 가족장들이 차분하게 진행됐다.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정신적인 병자”인 조씨의 고통을 이해하고 용서했다. 본관 앞 추모장소인 드릴필드에 세워진 범인 조씨의 추모석에 놓여진 “그토록 도움이 절실했던 너를 돕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는 글은 그 옆을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추모장 곳곳에서 삼삼오오 손을 잡고 하는 기도의 주제는 화해와 용서였다. 찰스 스티거 총장은 범인의 신원이 밝혀진 뒤 “이제 우리의 초점은 희생자 가족들과 우리 공동체의 치유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문화를 잘 아는 스티브 린튼 유진벨 재단 이사장은 이번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씨의 인종이나 민족에 대한 비난을 찾아보기 힘든 현상에 대해 “미국인들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데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 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은 나치와 동일시돼 왔고, 중·고등학교에서 소수민족들의 분노를 이해하도록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의 적극적 용서와 화해 움직임에 대해 “버지니아를 포함한 미국 남부의 ‘바이블 벨트’의 기독교적 분위기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엔비시>(NBC) ‘투데이쇼’의 프로듀서인 매슈 레이턴 글릭은 “일부 어린 학생들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은 때로 격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며 국민 저변의 일부에선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 듯, 지난 20일 버지니아공대 교정에 다른 희생자 32명 것과 함께 놓였던 조씨의 작은 추모석이 23일 사라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버지니아공대는 사건 발생 1주일 만인 23일 수업을 재개하며 빠른 치유의 길을 걷고 있다. 일주일 전 두 번째 총기난사가 가해진 시각인 오전 9시45분에 무고한 목숨을 상징하는 32번의 종을 울리고 32개의 풍선을 띄웠고, 학교 광장에 모인 학생들은 묵념을 올렸다. 여름학기 등록도 시작됐다.


한편, 희생자들에 대한 검시 결과 32명한테 모두 100발 이상의 총격이 가해졌다고 밝힌 윌리엄 머슬로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조씨의 뇌 부검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이것이 조씨의 정신적 문제 보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인지는 전하지 않았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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